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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없다” 한숨 돌린 아베, 정치적 치명상 불가피


입력 2020.03.25 08:10 수정 2020.03.25 08:1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1년 연기로 인해 경기 부흥 기대감 급속히 식어

올림픽 환상만 심었던 아베, 모멘텀 잃고 암초 충돌할 듯

리우올림픽 폐막식 당시 슈퍼 마리오 모자 쓰고 등장한 아베 총리. ⓒ 뉴시스 리우올림픽 폐막식 당시 슈퍼 마리오 모자 쓰고 등장한 아베 총리.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도 ‘2020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던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연기’라는 차선책으로 갈아탔다.


24일(한국시각) 긴급 전화 회담을 가진 아베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세계적인 압박에 밀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1년 연기를 결정했다. 전화 회담을 마친 뒤 1시간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IOC는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베 총리와 IOC는 선수들의 건강과 관중들의 안전을 위한 연기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취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수인 ‘취소’의 강은 건넌 셈이다.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는 국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일본 정부와 IOC에 조속한 결정을 촉구할 만큼 고조됐던 압박의 수위에서 일단 빠져 나왔다.


그러나 1년 연기로 인해 약 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떠안게 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정치적 치명상까지는 피할 수 없다. 그동안 도쿄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규정하고 인프라 구축에 35조 원 가까이 퍼붓는 등 역량을 집중했던 아베 총리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라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돌발변수에도 취소를 막아내고 연기를 이끌어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임기 내 올림픽 개최’ 성과를 부각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정계에서는 “오는 9월 올림픽·패럴림픽이 끝나면 자민당 총재 임기를 1년 앞두고 의회를 해산해 선거를 치를 구상이었던 아베 총리의 정국 운영 자체가 꼬이면서 자칫 임기(내년 9월)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만큼 도쿄올림픽의 7월 개최 무산은 아베 총리에게는 치명타다.


24일 바흐 위원장과 전화 회담 후 인터뷰하는 아베. ⓒ 뉴시스 24일 바흐 위원장과 전화 회담 후 인터뷰하는 아베. ⓒ 뉴시스

“도쿄올림픽은 곧 아베”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아베 총리 ‘뇌구조’에서 도쿄올림픽은 매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 역사에서도 볼 수 있듯, 일본을 올림픽을 등에 업고 패전국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경제 대국의 기틀을 닦았다. 경기 침체에 빠진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아베 총리다.


올해 1월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도쿄올림픽을 부흥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 등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지에서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재차 천명했다. 그곳에서 시작될 성화 봉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까지 전달한 아베 총리다.


코로나19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올림픽마저 연기돼 경기가 더 침체되면 아베 정권에 대한 기대는 급속하게 식을 수 있다. 단순한 수치상의 손실뿐만 아니라 모멘텀이 꺾였다는 점은 큰 실망을 안긴다. 방사능 피폭 우려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국민들에게 근사한 올림픽 환상만 심어왔던 아베 총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물론 개최권이 박탈되거나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환상과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허탈함은 상당하다. 올림픽 환상에 푹 빠져있던 아베 총리가 국민들 앞에서 호언장담했던 도쿄올림픽을 통한 부흥과 재건의 카드는 연기로 인해 연기처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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