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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싸움에 골병드는 주가...한진칼·케이프 막판까지 급등락?


입력 2020.03.12 05:00 수정 2020.03.12 00:35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한진칼 보름 남짓 114% 폭등...5일 간 30%↓...“소액주주 표심잡기 혈안”

‘경영권 분쟁 서막’ 케이프도 연일 급등락...“한순간 오버행 리스크 주의”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한진그룹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면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도 폭등에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반 (反)조원태 연합이 주총 이후의 장기전에 대비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어 주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진칼처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케이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진칼 주가는 전장 대비 4900원(7.66%) 하락한 5만9100원으로 마감했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달 11일 종가 3만9600원에서 이달 4일 8만4700원까지 17거래일 만에 무려 113.9% 급등했다. 4일에는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부각되면서 장 중 9만60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칼 주가는 다음 날인 5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해 9일에는 6만34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는 이 기간에만 27% 넘게 빠졌다. 이러한 주가 급락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전 세계 증시가 위축된 영향도 작용했다. 이와 함께 최근 지분 싸움이 활발하게 벌어지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 성공 가능성에 투자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의 우군으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이달 들어 한진칼 지분을 끌어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대상 지분율인 1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 지분(22.45%), 델타항공(14.9%), 카카오(2%),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0%) 등 총 43.15%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맞서는 3자 주주연합도 지분 매집을 이어가며 조 전 부사장(6.49%), KCGI(17.68%), 반도건설 계열사들(13.3%) 등 37.63%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 양측의 지분 추가 취득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넘어 향후 경영권 다툼을 대비한 행보로 해석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은 “정기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의 지분 확보 경쟁에 따라 주가 급등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에도 양 측의 지분 매입 속도가 빠르게 전개된다는 점은 정기주총 이후 임시주총 개최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2월 26일 한진칼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 사들인 지분에 대해서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의결권 있는 지분은 조 회장 측이 37.25%, 3자 연합이 31.98%로 추산된다. 조 회장 측이 3.3% 정도 근소하게 앞선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GS칼텍스가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직전인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약 0.25%(14만주)를 매입한 것으로 지난 6일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GS칼텍스는 조 회장의 잠재적 백기사로 분류돼 이를 포함하면 조 회장 측 지분은 37.5%까지 올라가게 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시 델타항공과 GS칼텍스의 지분취득에 따라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의 매도로 한진칼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관건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다. 2.9%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개최일 직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칼은 지난주 말부터 일일이 소액주주를 찾아다니며 소액주주의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한진칼 한 투자자는 “한진칼 측이 최근 소액주주들 집에 방문하고 있는데,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선물을 들고 와 부탁하고 있다”면서 “또 직장까지 찾아와 위임장을 써달라고 하는 등 한진칼 역시 경영권 싸움에서 조급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자 연합도 최근 위임장 확보를 위한 의결권대리행사 권유팀을 구성, 우편물과 전화를 통해 의결권 의임을 권유하고 있다.


조 회장과 3자 연합은 최근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진흙탕 싸움에 접어들었다. 3자 연합은 또 조 회장의 이사 자격 상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관 변경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 조사 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점 등을 감안한 조치다. 결국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박 엔진용 실린더라이너 제조업체인 케이프도 최근 한진칼과 유사한 경영권 분쟁을 겪게 됐다. 케이프의 2대 주주인 케이에이치아이는 지난 3일 “케이프 경영진이 소액주주를 무시하고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주주제안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케이프는 김종호 회장 측이 지분 29.84%를 갖고 있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케이프에이치아이는 특별관계자 화신통상과 함께 케이프의 지분 14.37%를 갖고 있다. 다만 창업주의 차녀인 백수영 씨가 케이프에이치아이를 이끄는 김광호 대표와의 연대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김광호 대표는 상장사 인수합병(M&A)으로 수천억원대 자산을 모은 M&A 전문가다.


케이에이치아이는 “주주제안 등을 하면 주가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소액주주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현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위가 지속될 경우 소액주주 피해가 오히려 더욱 커지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과 연대헤 제안 내용을 관철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부터 기관의 순매수세 유입이 이어지는 등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보이면서 주가도 한진칼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케이프는 이날 650원(–14.86%) 내린 372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종가 28750원에서 5일 5190원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 기간 주가는 80.5% 폭등했다. 5일 장중 54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틀 연속 20% 넘게 떨어진 뒤 10일 5.15% 반등했다가 이날 다시 급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영권 분쟁과 지분 경쟁에 따라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한쪽이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면 큰 낙폭을 보일 수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쪽이 세력을 늘려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 한진칼의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며 “더 이상의 지분 매입이 무의미해지고 약 40%에 달하는 반대 측 지분은 한순간에 오버행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최 연구원은 “한편으로는 기타 한진칼 주주들이 명분이나 한진그룹의 가치제고가 아닌, 경영권 분쟁을 계속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유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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