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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脫정유로 불황 파고 넘는다


입력 2020.03.10 16:31 수정 2020.03.10 16:34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정제마진·유가 하락에 재고손실평가 부담 이중고

석유화학·신소재 사업 등 비정유 부문 실적 돌파구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pumpjack)의 모습.ⓒ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pumpjack)의 모습.ⓒ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제마진과 유가 하락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사들의 '탈(脫) 정유화'가 올해 실적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위기 돌파 차원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가 되는 파라자일렌(PX) 등의 고품질 제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종합소재 기업을 목표로 신소재 사업에 외연을 넓혀온 곳도 있어 정유 부문에서 거둔 부진한 실적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1.4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배럴당 0.9달러 떨어진 수치다.


국제유가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갈등이 이어지면서 폭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9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26.8% 하락했고, 두바이유는 20.7%는 급락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원유 가격 등의 비용을 뺀 수치다. 유가 하락도 부정적이다. 통상 정유사들은 2~3개월 전 원유를 구입한 뒤 가공·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높을 때 샀던 원유 비축분에 대한 재고평가손실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많게는 반토막 났던 정유사들로서는 고심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 에쓰오일은 4492억원으로 29.8%, GS칼텍스는 8798억원으로 28.7%, 현대오일뱅크는 5220억원을 기록해 21% 각각 축소된 바 있다.


이 기간 고부가가치 품목인 윤활유, 비정유 부문에서는 실적 개선이 이어져 사업 다각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기존에 원유를 가공해 휘발유, 경유, 중유를 만들어 파는 사업구조 대신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파라자일렌(PX), 윤활기유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각각 소재 기업 등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은 '수직 계열화'를 통해 플라스틱 재료 등이 되는 석유화학 제품과 배터리, 소재 부문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정유 부문의 이익이 부진했던 상황에서 석유화학, 카본블랙, 유류저장사업 등 비정유 부문은 19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비정유 부문 이익 기여도는 47.6%에 육박했다.


전통 정유사로서는 윤활기유 부문과 같은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추가 실적 하락을 만회 중이다. 윤활유는 고도화 공정에서 남는 기름(잔사유)을 재처리해 만든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생산하는 제품이다.


정유사들이 윤활유 부문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이 17% 증가한 869억원, 에쓰오일이 93% 늘어난 982억원, GS칼텍스는 80% 증가한 379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윤활유 등으로 쓰이는 윤활기유는 정유 부문보다 영업이익률이 좋아 고부가가치 품목에 속한다"며 "판매 수출 물량의 70%가 해외로 나가고 경쟁업체도 적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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