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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스타, 국내 항공사간 첫 통합...업계 재편 본격화


입력 2020.03.02 14:57 수정 2020.03.02 15:0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위기에 과감한 투자...코로나 영향으로 인수금액 150억 낮아져

시너지 효과 창출 주목...HDC 에어부산 분리매각 여부 관심

제주항공(위)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각사 제주항공(위)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각사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국내 항공사간 첫 통합이 성사된 가운데 양사간 시너지 효과 창출 여부와 함께 이번 통합으로 항공업계 재편이 본격화 될지 주목된다.


이와관련, 현대산업개발(HDC)그룹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분리매각 여부에 따라 업계의 재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승인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인수한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다. 지분비율은 51.17%로 인수가액은 545억14만7920원이다.


당초 지난해 12월18일 양사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공시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양측 합의 하에 인수가액을 약 150억원 가량 하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인수 발표 당시 연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실사기간이 길어지면서 1월 말과 2월 말로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하반기 일본 여행 보이콧 영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닥친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여파로 인해 계약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양사의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서 국내 최초로 항공사간 통합이 이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양사간 시너지 효과 창출 여부와 함께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악화된 항공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양사는 이번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항공 수요 감소로 항공편을 감편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각자 개별적으로 운영하되 공동운항편 등을 통해 상호 운영효율성 극대화를 꾀하면서 경영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크게 악화된 경영환경을 감안해 일단 현재의 위기를 극복한 뒤 취항지 조정 등 보다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의 끈을 놓치 않았다는 점은 과감한 투자 결정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며 “외부변수로 인한 위기가 닥친 상황이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국내 3대 항공사로 도약하며 항공업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최종 결정되면서 향후 항공업계의 재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경영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과 같은 합종연횡이나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사례와 같은 피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당시 함께 HDC그룹에 넘어간 상태지만 언제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HDC는 약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가능성을 일축하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회사를 그대로 끌고 가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현재의 항공업계 경영위기 상황에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어서울과 달리 44,17%를 보유한 에어부산의 경우, 법적인 문제까지 걸려 있어 분리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모회사는 HDC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면 HDC의 손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증손회사는 에어부산이 된다.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HDC가 에어부산의 잔여지분을 모두 인수하거나 에어부산을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올려야 한다.


물론 인수 후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긴 하지만 악화될대로 악화된 항공업계의 업황을 감안하면 좀 더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에어부산이 시장에 나올 경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결합으로 스타트를 끊은 항공업계 재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항공업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황 악화로 이번 인수금액이 150억원이나 하향 조정된 것에서 보듯 매수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매물의 매력도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M&A로 최근 코로나19사태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항공업계 재편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업황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업에 대한 매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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