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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뱅크, 공격적 투자 역풍 속 '헷징 역량'에 눈길 쏠려


입력 2020.02.21 05:00 수정 2020.02.20 22:4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신한·KB금융, 지난해 단기 차익 목적 유가증권 손실 1조 육박

위험 분산용 파생상품서 2조 이익 '남는 장사'…반대급부 부각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유가증권 투자를 둘러싼 헷징 역량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데일리안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유가증권 투자를 둘러싼 헷징 역량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데일리안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1년 내 단기 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유가증권에서 지난해에만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예측하고 분산하기 위해 함께 진행하는 이른바 헷징을 통해 신한금융과 KB금융 모두 투자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대 금융사의 역량이 위기 속 빛을 발한 모습이다. 금융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와중 기준금리까지 추락하면서 투자 여건이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이 같은 헷징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대상으로 구분된 유가증권 투자에서 총 8684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만 해도 같은 부문에서 1조2155억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적자 전환한 것이다.


이처럼 당기손익 평가로 분류된 항목은 금융사가 다른 유형에 비해 좀 더 공격적인 투자 수익을 노리고 사들인 유가증권들을 담고 있는 영역이다. 금융사는 유가증권 자산을 평가 특성에 따라 ▲당기손익 ▲기타포괄손익 ▲상각후원가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당기손익 항목에는 1년 이내 단기로 보유하면서 매매 차익을 확보하기 위해 산 유가증권이 속하게 된다.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영역에 비해 좀 더 빠른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유가증권들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 모두 이 같은 투자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한금융의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 투자 손익은 조사 대상 기간 5803억원 이익에서 4402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KB금융 역시 해당 금액이 6352억원 이익에서 4282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감소한 액수로만 따지면 신한금융이 1조205억원, KB금융이 1조634억원으로, 총 2조839억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두 금융그룹이 마냥 투자 손실을 떠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이용, 위험을 최소화하는 헷징을 적극적으로 걸어둔 덕분이다. 헷징은 투자한 금융 상품의 가치가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정반대 손익이 나타나는 파생상품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리시크를 분산하는 기법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이런 헷징에서 이익이 유가증권 투자에서의 적자를 메꾸고 남는 수준이다. 유가증권 투자 손실의 반대급부가 더 컸다는 뜻으로, 결과만 놓고 보면 남는 장사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한·KB금융의 지난해 외환·파생상품 이익은 총 2조1722억원으로 전년(2654억원) 대비 89.1%(2조1722억원) 급증했다. 신한금융은 822억원에서 1조1929억원으로, KB금융은 1832억원에서 1조2447억원으로 각각 93.1%(1조1107억원)와 85.3%(1조615억원)씩 외환·파생상품 이익이 늘었다.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은 투자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생각보다 길게 진행되던 와중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여건 때문에 금융사 투자에서 헷징의 역할이 재조명되는 형국이다.


더욱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를 넘어 올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투자와 헷징을 둘러싼 은행들의 셈법은 점점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띄게 돼서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과 정부의 규제 등이 겹치면서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진 은행들로서는 투자를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와 함께 헷징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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