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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상생법 개정 시 대기업 거래처 해외로 바꿀 가능성 높다”


입력 2020.02.19 16:47 수정 2020.02.19 16:55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위탁기업 기술유용분쟁 우려…기술유용 입증책임 기업에 부담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개최한 ‘상생협력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데일리안 이도영 기자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개최한 ‘상생협력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데일리안 이도영 기자

“국산화했던 불화수소, 상생법 개정안 때문에 다시 일본기업 것을 써야겠네요”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개최된 상생협력법(이하 상생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짚는 세미나에서 모 대기업 임원과 나눈 대화를 사례로 발표한 것이다.


최 교수는 “상생법 개정안은 위탁기업에 대한 입증책임의 일방적 전환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기술유용분쟁 등을 우려하며 거래처를 해외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거래 대상인 물품 등에 관한 유용 기술자료를 제공한 사실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을 배제하고 다른 거래처와 수탁·위탁거래 대상자에게 제조위탁 한 사실의 증명한 경우 기술유용 행위 입증책임은 위탁기업이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최 교수는 “합리적 가격·고품질의 해외 부품업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위탁기업인 대기업들은 기술유용 처벌 우려가 높은 국내업체 대신 해외업체와의 거래를 확대해 국내 중소업체에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상생법 개정안이 계약자유 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정안에 따르면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위탁대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기술유용 분쟁의 우려로 수탁업체를 교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이 끝나도 해지가 불가한 전속거래가 강요됨으로 계약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기조발제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개정안의 법리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기술유용 입증책임을 위탁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입증책임의 일반 법리에 맞지 않다”며 “기술자료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하도급법 등 타법과도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기술자료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죄형법주의에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호협력이 목적인 상생법에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확립에 목적을 둔 하도급법에서도 입증책임을 전환하지 않고 있어 개정안이 타법과의 정합성이 결여돼 충돌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기부와 공정위 양 기관 간의 중복처벌과 상이한 처벌이 가능해져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기술유용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에 대해 “‘맞은 사람이 아닌 때린 사람이 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개정안이 ‘강자 대 약자’라는 2분법적 논리가 전형적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법안 시행 시 위탁기업 자체생산 확대 등으로 수탁기업의 사업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우현 한양대 교수는 “중기부 직접처벌 강화, 조사시효 부재 등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제한이 될 것”이라며 “과잉규제를 자제해야 일자리 확대와 기업 활력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는 개정안에 대해 계약자유 내용 중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위탁기업의 권리 및 이익을 제약하는 내용들이 상생법 입법목적에 적합한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에서 “혁신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나오면 업체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며 “상생법 개정안은 기술유용 분쟁 우려로 혁신기업과의 거래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며 4차 산업혁명을 저해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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