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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귀 닫은 정부의 유통규제…누구를 위한 법인가


입력 2019.12.27 07:00 수정 2019.12.27 07:16        김유연 기자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이후 대형마트 하락세

복합쇼핑몰도 규제…자영업자 몰락·고용악화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이후 대형마트 하락세
복합쇼핑몰도 규제…자영업자 몰락·고용악화


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신세계  많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신세계

"누가 이런 법을 내놨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워봤고 주말에 장을 한번이라도 봐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을까요."

결혼 4년 차 맞벌이 부부가 복합쇼핑몰마저 규제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해 쏟아낸 불만이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월 2회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2012년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정치권은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의무 휴무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이 주변 상권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난 7년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아났을까.

정부의 취지와 달리 대형마트에서 발길을 돌린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대형마트 성장세는 꺾였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 강화 움직임에 고사 지경에 직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장 휴무일에는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배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 시장에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비자 불편의 목소리도 크다. 복합쇼핑몰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거나 폭염과 한파가 닥치는 날에는 쇼핑 기능 만이 아닌 가족들의 훌륭한 나들이 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의무휴업이 법제화될 경우 이 공간마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복합쇼핑몰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배치되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한국유통학회에서 연구 중인 '복합쇼핑몰이 주변 점포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스타필드 시티 위례 출점 후 반경 5km 내 상권 매출액은 출점 전에 비해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점은 38.3%, 과일가게, 정육점 등 농수축산물 점포는 8.4% 매출이 증가했다. 주변 음식점은 5.7%, 커피전문점은 8.1% 약국은 14.9% 매출액이 증가했고, 편의점도 6.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스타필드 시티 위례가 오픈 1년 만에 800만명이 몰리면서 주변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프라인이 침체기를 겪는 상황에 복합쇼핑몰마저 규제한다면 어떨까.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은 대부분 자영업자가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복합쇼핑몰 규제로 입점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게 되면 고용 직원들을 줄일 수 밖에 없고 결국 일자리도 그만큼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대형 유통기업을 규제해서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대형마트를 규제해 그 반사이익으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외에 더 많은 수의 온라인 채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만을 경우의 수로 산정한 것이 미스였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공간이 아닌 여가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체험형 공간을 늘리면서 동네상권과 방문목적부터 다르다.

정부는 유통규제 대신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건 어떨까. 가령 주차부터 카드결제, 배송서비스, 쇼핑 환경 등. 적어도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경쟁상대로 언급하려면 말이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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