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배달앱 시장 독점 체제…“외국계 자본 국내 외식업계 쥐락펴락”


입력 2019.12.18 06:00 수정 2019.12.17 22:11        최승근 기자

외식 자영업자,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원 사이 샌드위치 신세 전락

“수수료 인상, 거부할 수 없어…독점기업 횡포 현실화 우려”

외식 자영업자,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원 사이 샌드위치 신세 전락
“수수료 인상, 거부할 수 없어…독점기업 횡포 현실화 우려”


지난해 10월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에서 창업 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지난해 10월 제43회 프랜차이즈서울에서 창업 상담을 받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갑작스런 배달앱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영세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위 배달의민족이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완전한 독점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그간 경쟁 체제를 통해 외식업 자영업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다양한 혜택을 누려왔는데, 독점 체제로 전환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배달원 노동조합까지 설립되면서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국내외 지분 87%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는 40억 달러(한화 약 4조7500억원)다.

DH는 한국법인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통해 국내에서 요기요와 배달통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하기로 한 배민까지 더하면 사실상 한국 배달앱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된다.

그동안 1위인 배민과 2위인 요기요의 경쟁으로 소비자는 물론 외식업 자영업자들도 다양한 광고체계 중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해 운영할 수 있었다.

양사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수수료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관측 한다. 배달앱 시장이 연간 50% 이상 급성장하고 있어 경쟁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비용은 전체 매출의 15% 안팎을 차지한다. 갈수록 상승하는 인건비와 임대료에 더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 요건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절대적 수치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외식업계로서는 사업의 존폐가 걸린 중차대한 이슈인 셈이다.

자영업자 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논평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독일 자본에 90% 이상의 배달앱 시장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 심사뿐만 아니라 자영업 시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향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며 “배달앱 수수료 체계를 단순히 개별 기업의 이해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배달앱 의존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수수료 배달앱 업체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사실상 국내 외식업계를 장악하는 모양새”라며 “배달앱 이용률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독점 체제가 시작될 경우 수많은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외국 자본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달앱 수수료와 함께 배달원 노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배달원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은 서울시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았다. 아직은 활동 초기지만 향후 배달앱 회사 등을 상대로 파업 등 실력행사에 돌입할 경우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요기요의 배민 인수로 양사 배달원과 배달앱 기업과의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정부가 근로자로 판정한 5명의 배달원은 모두 요기요 소속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급여 등 처우가 좋은 배달앱으로 배달원들이 대부분 옮겨가 매장 전속 배달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배달 매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 배달원들이 파업이라도 하는 날에는 당장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