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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패스포트 시행 앞둔 자산운용사···‘먹느냐 먹히느냐’ 촉각


입력 2019.12.17 06:00 수정 2019.12.17 01:18        백서원 기자

한국 펀드에 여권 부여…5개국간 펀드 교차판매 초읽기

“FTA와 같은 양날의 검…시장 개방으로 경쟁성 높일 것”

한국 펀드에 여권 부여…5개국간 펀드 교차판매 초읽기
“FTA와 같은 양날의 검…시장 개방으로 경쟁성 높일 것”


내년 상반기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 간 장벽을 넘어 펀드를 팔 수 있는 ‘펀드 패스포트’가 시행된다.ⓒ뉴시스 내년 상반기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 간 장벽을 넘어 펀드를 팔 수 있는 ‘펀드 패스포트’가 시행된다.ⓒ뉴시스

내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 간 장벽을 넘어 펀드를 팔 수 있는 ‘펀드 패스포트’가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펀드 패스포트 도입을 통해 국내 공모펀드의 수출 확대를 이끌 방침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서는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의 수출길이 넓어지는 동시에 반대로 해외 운용사들에 국내 시장을 내줄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해외 펀드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장 관계자들의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31일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의 국내 시행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한 회원국에서 여권처럼 등록된 펀드가 다른 회원국에서 간소한 등록 절차를 거쳐 교차 판매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한국과 일본,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은 2016년 4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시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중 일본과 호주, 태국은 올해 2월부터, 뉴질랜드는 지난 7월부터 펀드 교차 판매에 들어갔다. 한국에선 이르면 5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금융위는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진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운용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펀드 투자수요를 해외 자산운용사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펀드 패스포트가 시행되면 여권을 갖고 출입국 수속을 거치는 것처럼 간소한 절차만으로 국내 펀드를 해외에서 출시할 수 있다. 이는 해외에 있는 운용사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펀드를 더욱 쉽게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호주나 일본 유명 펀드가 국내에서 단 21일이면 인가를 받아 판매될 수 있게 된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발달된 호주 등의 수혜가 예상되는데, 이미 글로벌 운용 노하우를 갖춘 이들과 상품 경쟁을 하게 되면 한국 업체들이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투자자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치열한 사업영역에 경쟁자가 가세해 가진 파이마저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시장에 진출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선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많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국내에선 이미 성장 한계에 봉착한 만큼, 자체 역량을 키워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새로운 수요처를 마련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는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국내 운용사들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먹느냐 먹히느냐’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에 관해 “잘 이용하면 우리 운용사들의 해외 진출 확대 기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국내 시장을 해외 운용사들에게 내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따라서 자산운용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수수료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황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이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시장이 개방되면 경쟁도가 높아지는데 이러한 흐름에 적응을 했을 때 우리 금융사들의 국제적인 경쟁력도 더 증가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자면 자유무역협정(FTA)도 결국은 경쟁도를 끌어올려 소비자들에게 더욱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으로 명분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패스포트 제도 역시 시장을 개방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 더 안정적인 자산운용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FTA와 비슷한 맥락에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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