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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775배’ 출발부터 틀린 도쿄올림픽


입력 2019.12.07 07:00 수정 2019.12.07 07:44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성화봉송 출발 지점인 J빌리지서 방사능 고선량 지점 발견

의도와 달리 세계에 ‘일본=방사능’ 각인..자충수에 허우적

성화봉송 출발 지점서 방사능 고선량 지점 발견
의도와 달리 세계에 ‘일본=방사능’ 각인..자충수 빠져 허우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했다. ⓒ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의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했다. ⓒ 뉴시스

“후쿠시마의 복구를 세계에 알릴 최고의 방법”이라고 큰소리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나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일그러진 표정이 그려진다.

‘2020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 재건과 부흥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야욕을 품고 원전 주변을 성화봉송 코스로 잡은 일본이 또 난처한 상황에 봉착했다.

지난 4일 그린피스는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로 지정된 J빌리지에서 핫스팟(방사선 고선량 지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J빌리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20㎞ 떨어진 곳으로 내년 3월 그리스 아테네서 도착한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원전폭발 사고 이후 사고 대책 본부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성화 봉송로는 일본 정부가 집중적으로 제염 작업을 했던 곳인데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주차장 지표면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71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308배.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전보다 1775배에 가깝다는 것이 그린피스 주장이다.

그린피스 자료를 받은 일본 정부도 재조사를 통해 같은 수치를 확인, 긴급 제염 작업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을 내세운 올림픽 마케팅에 빗발치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출발부터 틀렸다. 독특하거나 다른 것이 아닌 틀린 출발이다. 일본의 올림픽을 대하는 그릇된 태도와 굴절된 시각이 이런 현상을 초래했다.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을 내세운 도쿄올림픽 마케팅에 빗발치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 뉴시스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을 내세운 도쿄올림픽 마케팅에 빗발치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 뉴시스

‘세계인의 축제’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거짓 홍보 도구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성화봉송 출발지점을 후쿠시마로 잡게 했고, ‘꼼수 수치’를 발표하며 원전사고 지우기에 전념한 일본의 야욕은 자충수가 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방사능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일본=방사능’이라는 이미지마저 주고 있다.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방사능 관련 보도의 비중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아직까지 유럽 여러 나라들은 일본 정부의 발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체르노빌 사고를 바라보는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일본과 인접한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다면 국제 여론 기류의 변화를 이끌며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다른 국가의 선수들이나 국민은 물론 심지어 자국민까지 불안에 떨게 하는 방사능 위험은 결코 좌시할 사안이 아니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검증 절차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귀환곤란구역'까지 관통하는 경로가 포함된 성화봉송 코스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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