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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주주 상폐 잡음···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소액주주의 호소


입력 2019.12.04 06:00 수정 2019.12.04 14:12        백서원 기자

“적자사업 면세점 철수 완료, 겨우 실적개선 희망 생기자 공개매수 결정”

대주주 자진상폐 과정서 악용 문제 잇딴 제기…“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적자사업 면세점 철수 완료, 겨우 실적개선 희망 생기자 공개매수 결정”
대주주 자진상폐 과정서 악용 문제 잇딴 제기…“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갤러리아 타임월드 전경.ⓒ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갤러리아 타임월드 전경.ⓒ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갤러리아가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자진상폐를 시도하는 가운데 적정 공개매수 가격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졌다.

자진 상폐는 경영진의 권한인 만큼 공개매수 가격과 시점을 결정할 권한은 경영진과 대주주가 갖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정한 공개매수 가격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최근 적자사업을 털어낸 뒤 실적 개선이 확실시 된 상황이라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갤러리아가 계열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지분을 공개매수해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공개매수를 진행한 뒤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내년 3월 상장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지분 약 7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측은 나머지 지분을 오는 27일부터 12월 23일까지 공개 매수에 나선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이사회를 열고 결정한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2만6000원이다. 3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만5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간 많은 기업들이 자진상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기업이 제시하는 공개매수 가격이 소액주주가 생각하는 기업가치보다 낮은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에 불만을 느껴도 비상장사의 주주가 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보유 주식을 넘기기에 이른다.

특히 수년간의 부진을 겪은 뒤 최근에서야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을 갖게 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소액주주들은 분개하고 있다. 이들은 상장폐지 관련 소액주주 대책위원회를 꾸려 회사가 정한 공개매수 가격과 상장폐지 결정 등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백화점 사업을 하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7월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면세점 사업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한화 그룹 내에서도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증권사들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목표주가를 20만원까지 올려 잡았다. 당시 평균 5~6만원대였던 주가는 실제로 20만원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 수가 급증한 데다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까지 터져 주요 면세점들 실적이 급속히 악화했다. 여의도에서 영업을 했던 한화갤러리아 면세점63의 경우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위치적 약점, 해외 명품 유치 실패 등 상품 구성에서도 밀렸다. 결국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누적되면서 한화는 지난 4월 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 상장폐지 소액주주 대책위의 박승민 대표는 “한화의 면세점사업 진출 확정 이후, 많은 주주들이 회사의 자산가치와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며 “이후 면세점 경영 실패와 시장 경쟁 심화로 3년간 큰 손실이 났고 주주들이 입은 피해도 막대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4만원이던 주가는 면세점 철수 소식과 공매도로 인해 당시 1만5000원까지 떨어졌다”면서 “주가가 바닥인 시점에서 왜 하필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것인지 많은 주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개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백화점 부문에선 매출과 영업이익(200억~300억)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며 “면세점 사업을 정리한 뒤 4분기부터는 실적 증가가 확실시 됐던 상황인데, 회사는 이러한 시기에 특별 이사회를 실시해서 상장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면세점 사업 철수를 완료하면서 올해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그는 “기업이 면세점 사업으로 손해 본 것을 소액주주들에게 받아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많은 주주들이 대주주와 동일하게 갤러리아와 주식으로 교환 받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오직 현금 지급만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사측은 소액주주들의 손실은 외면한 채 헐값에 나머지 주식을 모아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현금교부 포괄적 주식 교환만으로도 자회사화할 수 있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액주주 보상 차원에서 공개매수를 실시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라도 안하면 여론이 너무 나빠져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나온 조치 아니냐”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사측이 경영효율성 재고를 위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2022년까지 매출 4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소액주주들은 피눈물이 난다”며 “소액주주 모임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상장폐지를 멈춰주거나 우리 소액주주들도 회사와 똑같이 헐값의 현금지급이 아닌 주식교환을 원한다”고 했다.

그동안 대주주들의 자진상폐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소외당한다는 지적은 잇따라 제기됐다.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여 증시를 떠난 기업들은 최대주주를 위한 ‘배당 잔치’를 벌여왔다. 이에 주식을 헐값에 넘긴 소액주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코원에너지서비스와 경남에너지, 태림페이퍼 등이 이러한 논란에 휘말려왔다. 한국아트라스BX도 2016년 자진상폐를 추진했다가 소액주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는 올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손질했다. 거래소는 지난 4월 말 대주주가 회삿돈을 이용해 자진상폐를 추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개매수가 개선 방안 등은 빠져있는 상태다. 이에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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