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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남3구역, 무거운 침묵 속 전운


입력 2019.11.04 06:00 수정 2019.11.04 05:52        원나래 기자

총 사업비 7조원에 치열한 시공사 3파전

“평당 4000만~4500만원 시세 형성됐지만, 거래 없어”

총 사업비 7조원에 치열한 시공사 3파전
“평당 4000만~4500만원 시세 형성됐지만, 거래 없어”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무엇보다 남향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적 장점을 갖추면서 재개발이 끝나면 강남 집값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남3구역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무엇보다 남향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적 장점을 갖추면서 재개발이 끝나면 강남 집값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남3구역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차 가지고 왔어요? 비탈길 따라 쭉 올라가면 되는데 걸어서 올라가기는 만만치 않을 텐데...”

지난달 31일 찾은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 위치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인근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길을 묻는 외부인들이 많았던지 꽤나 익숙한 듯 안내했다. 현장 분위기를 물으며 취재를 하러 왔다고 밝히자, 이 역시 익숙한 듯 “엊그제도 어디 언론사에서 왔더라”하며 명함을 건네준다.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1조8000억원으로 알려진 올해 서울 재개발 대어 용산구 한남3구역. 한남재정비촉진지구 가운데 가장 큰 면적인 3구역은 39만3729㎡ 규모에 총 5757가구로 강북 내 초대형 규모의 거주 지역으로 손꼽힌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무엇보다 남향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적 장점을 갖추면서 재개발이 끝나면 강남 집값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도 수주를 따내기 위해 입찰제안서를 통해 분양가 7200억원, 임대주택 제로(0) 등 파격조건을 내걸면서 하루가 다르게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남3구역 곳곳에 거주자가 떠나면서 그대로 방치된 폐가가 눈에 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한남3구역 곳곳에 거주자가 떠나면서 그대로 방치된 폐가가 눈에 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하지만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케 한 바깥소식들과는 달리, 실제 이날 방문한 동네의 모습은 한산하다 못해 무거운 적막감마저 흘렀다. 그나마 버스가 오가는 보광재래시장 인근 주택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간간히 오가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반대쪽인 한광교회 너머에는 곳곳이 거주자가 떠나면서 그대로 방치된 폐가가 눈에 띄었다.

한남3구역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 이 지역에 단독주택이든 빌라를 소유한 원주민은 5%도 채 남지 않았다”라며 “원주민 대부분이 70~100평 정도의 큰 평수를 가지고 있는 소유주거나 갈 곳을 찾지 못한 80대 이상의 세입자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평당 4000만~4500만원씩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으로 나오는 매물이 없다”며 “급하게 매물이 나온다 해도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은 지난 8월 대지 지분 34㎡ 다세대 빌라가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대형평형대인 대지 158㎡짜리 단독주택이 평당 3600만원 선인 매매가 17억3000만원에 나왔다가 거래가 되지 않자 다시 들어갔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투자자들이 몰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옛말”이라며 “급한 사람들은 이미 다 팔고 나갔고, 매물을 찾는 사람들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꾸 정부의 대책과 건설사들의 입찰 경쟁 등으로 동네가 거론되고 있는데 조합원들은 이처럼 지역이 이슈화되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한남3구역 일대의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한남3구역 일대의 공인중개업소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실제 이날 찾은 조합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닫혀있었지만, 안에는 사람이 있는 듯 인기척이 들려왔다. 또 좁은 골목길을 오갈 때 마다 OS요원(건설사에서 고용한 아웃소싱 수주영업인력)으로 보이는 말끔한 정장차림의 여성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동네가 조용한 것 같지만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비밀리에 무언가 분주하게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정부에서도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점검한다고 하니 더욱 숨을 죽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치열하게 사업은 전개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 모습.ⓒ데일리안 원나래기자

한편, 서울시는 최근 한남3구역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에 ‘정비사업 조합운영 특별점검 계획’ 공문을 통해 다음 주부터 3주간 특별 합동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 구청 직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5~6명은 건설사들이 조합 측에 제시한 입찰제안서를 검토하고 재개발 조합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조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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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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