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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전여빈 "유명하지 않은 내가, 여기까지"


입력 2019.09.30 09:25 수정 2019.10.02 08:54        부수정 기자

'멜로가 체질'서 다큐 감독 은정 역

"모든 캐릭터 살아 숨 쉰 드라마"

'멜로가 체질'서 다큐 감독 은정 역
"모든 캐릭터 살아 숨 쉰 드라마"


배우 전여빈은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 역을 맡아 호평을 얻었다.ⓒ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전여빈은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 역을 맡아 호평을 얻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은정은 매력적인 여자다. 겉으론 세 보이지만, 속은 순두부처럼 부드럽다. 마음씨도 따뜻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멋진 사람.

은정이는 전여빈(30)이라는 배우를 만나 훨훨 날았다. 심지가 곧고 단단한 전여빈과 은정이는 꼭 닮아 있었다.

드라마 종영 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전여빈을 만났다.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렸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모은 오른 이병헌 감독의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화제가 됐다.

이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인 '말맛' 코미디를 통해 30대 청춘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드라마는 드라마 작가 임진주(천우희), 드라마 제작사 마케팅 팀장이자 싱글맘 황한주(한지은),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전여빈) 위주로 돌아간다. 셋 중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은정이다.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에 나선 전여빈은 "글로만 봤던 가상의 인물들이 극에 담긴 과정을 보니 끝난 듯하다"며 "좋은 인연을 만나 감사했다"고 밝혔다.

전여빈은 '멜로가 체질'을 두고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저를 비롯해서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이 나왔어요. 감독님이 배우들을 믿어서 가능했죠.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결의 글이 담긴 작품이었죠."

영화는 여러 캐릭터를 통해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준다. 전여빈이 맡은 은정은 슬픔을 담당했다. 남자친구와 사별한 아픔을 지닌 은정은 남자친구가 떠났음에도 그의 환영을 본다.

은정이를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영화 '죄 많은 소녀'와 문소리 연출의 '여배우는 오늘도'를 보고 전여빈을 택했다. 촬영 전 1부~4부까지 읽은 전여빈은 은정이의 슬픔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야기 속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어 매력을 느꼈다. "은정이를 잘 모르더라도 작품 속에서 인물들과 함께 떠들면 신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조건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감독님께 들었어요. 누군가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받았으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배우 전여빈은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 역을 맡아 호평을 얻었다.ⓒ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전여빈은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 역을 맡아 호평을 얻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은정이의 슬픔에 대해선 "기존에 보지 못했던 캐릭터"라며 "가장 연약한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마주하는 인물이다. 은정이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았던 장면이 없을 정도로 슬픔이 잘 정돈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정이의 대사 톤도 독특했다. 그는 "은정이가 지은 밝지 못한 웃음이 연기의 키 포인트였다"며 "이성적이면서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은정이는 부유한 집에서 잘 자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큰 풍파 없이도 마음이 허전할 수 있잖아요. 홍대를 잃은 게 가장 큰 상실이었죠."

홍대의 환영과 마주하던 은정은 영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주저앉은 그는 펑펑 울었다. 시청자도 울고, 배우도 울었다. "감정의 충돌이 가장 센 장면이었는데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자신의 약한 면을 직면하는 순간이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나의 단점과 약점을 마주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 감정이 은정이와 섞이면서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은정이와 얼마나 닮았냐고 묻자 "은정이는 나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라며 "(은정이처럼) 참고 인내하다가 한 마디를 멋있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보다 치열하게 잘 싸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천우희, 한지은과 호흡은 최고였다. 연기를 꿈꾸던 시절 '한공주'를 보고 천우희의 팬이 됐단다. '멜로가 체질'에 합류하기 전 천우희가 이미 캐스팅된 이후였다. 셋 모두 '투 머치 토커'였단다. "우희 언니가 셋이 뭉칠 수 있도록 기둥 역할을 했어요. 분위기를 이끌어주기도 했고요."

드라마는 30대 여성이 마주한 현실을 통해 공감을 자아낸다. 배우도 공감했다. 어렸을 때 스무 살이 되면 인생이 끝났을 것 같았고,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단다.

한 번 본 사람은 꾸준히 본다는 '멜로가 체질'은 호평과 달리 1%대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했다. 그래도 시청자들에게 '멜로가 체질'은 신선한 드라마였다.

그는 "시청률은 정말 아쉽다"라며 "빠른 템포의 대사를 따라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 재밌지만 슬프기도 한 드라마라서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드라마 팬들은 시청률이 낮아도 우리를 위로해준다"고 웃었다. "은정이 힘내라는 댓글이 참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댓글을 안 보던 저도 '좋아요' 눌렀답니다. 하하."

배우 전여빈은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 역을 맡아 호평을 얻었다.ⓒ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전여빈은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 역을 맡아 호평을 얻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영화 '간신'(2015)으로 데뷔한 전여빈은 독립영화, 단편영화에 부지런히 출연했다. '여자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7) 같은 작은 영화부터 상업영화인 '밀정'(2016), '인랑'(2018), OCN 드라마 '구해줘'(2017)에도 나왔다.

'여배우는 오늘도'(2017)에선 세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한 배우 지망생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8년에는 '죄 많은 소녀'에서 여고생 영희로 분해 열연, 괴물 신예 수식어를 얻었다.

짧은 필모그래피이지만 전여빈은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내 방식대로만 연기하는 게 아닌 도전하면서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의사를 꿈꿨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 방황하던 스무 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했다. 돌파구는 영화였다. 이후 연기 전공 학과에 진학했고, 연기에 대한 열정은 차츰 커졌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매력에 푹 빠졌다.

남들보다 늦게 연기에 눈을 뜬 그는 연기 경험을 늘리기 위해 영화제나 연극 스태프를 하면서 선배들의 연기 호흡을 지켜보고, 단편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벌써 20대 후반이 됐다. '가진 게 없어서 자수성가를 해야 했다'는 그는 "뜻대로 안 되니 불안해졌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연기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죄 많은 소녀'를 만났다.

스스로 생업을 책임져야 했던 그는 '죄 많은 소녀'가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했다. 불안했던 이유에서다.

드라마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멜로가 체질'을 통해 성장한 기분이 든다"며 "앞으로도 실력을 갈고 닦아서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와 '해치지 않아'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곧 '낙원의 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10년 만에 빛을 봤다는 취재진의 말에 배우는 "그러게요. 기분이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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