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새 사령탑´ 그랜트, "난 무링요와 다르다"

입력 2007.09.22 11:46  수정

그랜트, ´로만 사단´의 일원, 그러나 무링요와 닮은꼴

첼시 감독직, 또 하나의 ´독이 든 성배´

´로만 제국’ 첼시가 감독교체를 단행했다.


호세 무링요(44) 감독이 물러나는 대신 아브람 그랜트(52) 이사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첼시를 이끌게 되었다.

◆ 그랜트, ‘로만 사단’의 일원

그랜트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이스라엘 클럽인 마키비 텔-아비브, 마카비 하이파의 감독을 역임했고, 이를 발판으로 2002년부터 2005년 10월까지 이스라엘 대표팀을 이끈 바 있었다. 2006 독일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는 프랑스와 스위스에 이어 조 3위를 차지, 이스라엘을 본선에 진출시키는 데는 실패했었다. 하지만 축구변방인 이스라엘을 무패(4승6무)로 이끄는 등, 조 2위를 차지했던 스위스와의 승점이 같았을 만큼 선전하며 그 지도력을 높이 인정 받았다.

이스라엘에서의 이 같은 성공을 발판으로, 그랜트는 포츠머스의 기술 이사직을 맡으며, ‘축구종가’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하게 된다. 당시 그랜트의 포츠머스행을 주선했던 인물은 포츠머스 구단주인 알렉산더 가이다막의 아버지였다. 가이다믹은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같은 러시아계 출신이고, 이는 그랜트가 첼시에 입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로 작용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3월, 안드리 솁첸코의 득점력 부활이라는 명목 아래, 그랜트를 기술 이사로 영입했고, 이 과정에서 무링요의 오른팔인 스티브 클라크 수석 코치의 경질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당시, 무링요는 아브라모비치와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는 그랜트가 자신의 권한을 결코 침범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무링요로서는 아브라모비치의 또 다른 측근인 프랭크 아르네센(기술이사)와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고 있던 상황에서, 그랜트의 영입이 달가울 리 없었다.

무링요의 우려대로, 그랜트는 아르네센과 함께, 팀 운영과 관련해 종종 무링요와 마찰을 빚으며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일각에서는 아브라모비치가 무링요에게 아르네센-그랜트와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서 상의할 것을 지시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브라모비치는 무링요가 떠난 자리를 그랜트에게 맡기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 보였다.

물론, 그랜트의 축구에 대한 지식과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그의 조국 이스라엘에서는 정평이나 있다. 그랜트는 마키비 텔-아비브를 이끌고 이스라엘 리그 타이틀을 2차례 차지했고, 7년간 우승에 목말라 있던 마카비 하이파도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었다. 요시 베나윤(리버풀)과 아예그베니 야쿠부(에버튼)가 하이파에서 그랜트와 함께 했던 제자들이다.

특히, 그랜트는 지지 않는 팀으로 수비진을 조직하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는데, 이는 독일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이스라엘이 무패를 기록한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랜트가 첼시 감독직에 오른데는 아브라모비치와의 관계가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수 없다. 설령 한시적이라 할지라도, 다소 이름값이 떨어지는 그랜트를 감독에 앉힌데 대해 어리둥절해하는 현지 분위기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특히 영국 ‘BBC’는 그랜트의 감독 부임을 두고, “첼시의 새로운 사령탑 그랜트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그 상대가 러시아 억만장자라면 더 각별하다”며, 그들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 그랜트, 무링요와 닮은꼴?

재미난 점은 그랜트의 기질이나 전술 운영 방식이 무링요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의 요아브 보로위츠 기자는 “그랜트는 매우 성공적인 인물이다. 지도라로서의 능력도 뛰어나고 무링요 못지 않게 전술을 비롯한 축구지식에 해박하다. 그러나 그랜트 역시 때로는 지나치리 만큼, 자의식이 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무링요가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지칭할 만큼, 자의식이 강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의 강한 자의식은 ‘로만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여느 구단주보다 강한 입김을 행사해오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매번 충돌을 빚었다.

전술 운영 방식에서도 그랜트는 무링요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안정적이고 실리적인 것을 추구한다.

보로위츠 기자는 이에 대해, “그랜트의 가장 큰 두려움은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이고, 오로지 패배하지 않는 방법에 집중한다. 이는 그가 이스라엘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음에도,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라며, 그랜트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랜트는 축구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아스날의 아르센 웽거 감독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무링요 역시 첼시의 고공행진을 이끌었지만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수비위주의 축구를 펼친다고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고, 이는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공격축구를 펼치던 웽거와 종종 비교되곤 했었다. 그리고 아브라모비치는 무링요식 스타일에 대해 “수비지향적이고 지루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해왔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랜트는 취임 일성에서 "무링요가 이룬 성공기를 이어가겠다. 그러나 분명 나는 나만의 색깔이 있다. 매력적이고 화끈한 축구로 올 시즌 첼시를 우승으로 이끌겠다"며, 무링요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첼시 감독, 또 하나의 ‘독이 든 성배’

무링요는 첼시를 이끈 185경기에서 124승 40무 21패의 놀라운 승률을 기록했다. 홈에서 치른 프리미어리그 60경기에서는 46승 14무로 단 한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리고 1954-55 시즌 이후 50년만에 처음으로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것을 포함해,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컵에서 각각 2번의 우승 타이틀과 한 차례의 FA컵 우승을 선사했다.

이 같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무링요는 명목상으로는 ‘합의이혼’ 이지만, 끝내 첼시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첼시 감독직이 앞으로 또 하나의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링요 이전, 2000년 9월부터 첼시를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현 유벤투스 감독)는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 자리에 앉은 2003년 6월 이후, 단 일년이라는 짧은 시간만 검증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라니에리 역시 테스트를 받았던 2003-04 시즌, 리그 2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었고, 이는 첼시가 우승했던 1954-55 시즌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만약 지안루카 비알리(1998년 2월~2000년 9월)가 팀에 UEFA 컵 위너스 컵(1998)-UEFA 슈퍼컵(1998)-리그컵(1998)-FA컵(2000)을 선사하고도 경질된 데 대해, 당시 구단주였던 켄 베이츠(현 리즈 구단주)에 불만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아브라모비치 체제 하에서는 생각치도 못할 불만일 것이다.

무링요와 닮은꼴이지만, 아브라모비치와의 인연으로 첼시 감독직에 오르게 된 그랜트가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 팀을 이끌런지, 오는 23일 자정(24일 0시)에 펼쳐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일전이 그 첫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 2007-08시즌 EPL 맨유 vs 첼시 중계예고
- 24일 (월) 0시, MBC ESPN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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