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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 경쟁' 속 하나은행 '양극화 전략' 드라이브


입력 2019.08.28 06:00 수정 2019.08.27 22:00        부광우 기자

'1~2등급 2%대' 신용대출 고객 이자율 격차, 6대銀 중 최고

'우량 소비자 위주' 저금리 영업 강화…은행 눈치싸움 본격화

'1~2등급 2%대' 신용대출 고객 이자율 격차, 6대銀 중 최고
'우량 소비자 위주' 저금리 영업 강화…은행 눈치싸움 본격화


국내 6대 은행 가계 신용대출 신용등급별 금리 표준편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 가계 신용대출 신용등급별 금리 표준편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들 중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개인 신용대출 이자율 차이가 가장 큰 곳은 KEB하나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이 다른 곳들에 비해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에게는 유리하지만, 중·저신용자들에게는 도리어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은행들 사이의 신용대출 이자율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하나은행의 이 같은 양극화 전략의 성패를 둘러싼 금융권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이 지난 달 신규 취급한 가계 일반 신용대출을 고객들의 신용등급에 따라 총 다섯 단계로 나눴을 때 구간별 금리의 표준편차는 평균 3.31로 집계됐다.

표준편차는 각 구간의 수치들이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값이다. 즉, 어떤 금융사의 신용등급별 대출 금리 표준편차가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이용하는 고객들 개인의 신용에 따른 이자율이 차이가 경쟁사들에 비해 크다는 의미다.

신용도로 인한 대출 이자율 격차가 가장 큰 곳은 하나은행으로, 신용등급 구간별 표준편차가 4.39에 달했다. 이는 관련 수치가 가장 낮았던 신한은행(2.23)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밖에 다른 은행들의 신용등급 구간별 가계 신용대출 표준편차는 ▲국민은행 4.17 ▲우리은행 3.65 ▲기업은행 3.04 ▲농협은행 2.35 등 순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은행의 적극적인 대출 금리 차등화 방안은 한층 두드러진다. 실제로 하나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간 가계들 중 신용이 9~10등급에 속하는 이들에게 매긴 평균 이자율은 12.58%로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최고였다. 또 7~8등급 고객들을 상대로 한 금리도 7.83%로 6대 은행 평균(6.91%)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5~6등급에 속한 소비자들 역시 5.83%로 조사 대상 은행 평균(5.24%)을 웃도는 이자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으로 올라가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1~2등급으로 최상위권의 신용을 가진 고객들에 대한 하나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이자율은 2.98%로 단연 최저였다. 시중은행들 중 이에 해당하는 금리가 3% 미만을 기록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3~4등급의 이자율은 3.46%로 6대 시중은행 평균(3.79%)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신상품에는 이런 전략이 한껏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이 지난 6월 시장에 내놓은 하나원큐 신용대출은 2%대 중반의 낮은 이자율을 앞세워 출시 45일 만에 5000억원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기존 은행들의 유사 상품들이 1000억원을 판매하는데 통상 8개월여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속도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게 됐다. 이미 대출 영업을 둘러싸고 낮은 이자율을 앞세운 은행들의 눈치싸움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달 6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59%로 전달(3.82%) 대비 0.23%포인트 낮아졌다.

더욱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만큼, 은행들의 대출 이자율은 앞으로 더 내려갈 공산이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 전문가들은 특별히 급한 사례가 아니라면, 개인 고객들로서는 신용대출 시기를 다시 한 번 저울질 해 봐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자신의 신용등급에 맞는 적절한 대출 상품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당분간 이자율 하락이 예상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은행들이 앞세우는 최저 혹은 평균 금리와 실제 개인별 이자율에는 차이가 클 수 있는 만큼, 표면적인 수치만 보지 말고 직접 여러 곳의 상품을 비교해 봐야 금융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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