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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의 치밀한 전략 묻어가기 유효타, 혀를 내두르다


입력 2019.07.12 08:00 수정 2019.07.12 07:1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재외동포법상 38세 규정 노린 치밀한 전략으로 타격

<하재근의 이슈분석> 재외동포법상 38세 규정 노린 치밀한 전략으로 타격

ⓒSBS 화면 캡처 ⓒSBS 화면 캡처

대법원이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10월에 LA총영사관의 재외동포비자(F-4비자) 발급 거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이를 기각한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이러면 결국 발급 거부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승준 입국이 허가된 것은 아니다. 단지 비자 발급 거부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봤을 뿐이다. LA총영사관 측에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며 재량을 발휘해 판단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 장관의 입국 불허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른 것은 위법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비자 발급 거부를 서류가 아닌 전화로 유승준 아버지에게 통보한 것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유승준의 승소로 최종 마무리된다면 이후엔 LA총영사관이 유승준의 재외동포비자 신청에 대해 ‘재량을 발휘해’ 판단해 ‘서류로’ 통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며 유승준은 재심사를 통해 여전히 입국불허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부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유승준 비자 문제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적시했다. 바로 재외동포법 규정이다. 설사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자라도 38세가 됐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한다는 규정을 고려하라고 했다.

또,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5년간 입국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 취지를 고려하라고도 했다. 형평성을 고려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해 판단한다면 유승준은 당연히 입국 허가다. 38세를 넘었고, 5년도 지났기 때문에 더 불이익을 가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대법원이 단순히 절차적인 문제만 지적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상 유승준 입국 허가 쪽으로 이어질 길을 열어준 느낌이다.

유승준 측의 ‘묻어가기’ 전략이 통한 것 같다. 유승준 측 대리인은 ‘법원에 재외동포법의 취지를 위주로 발급 거부의 위법성을 주장했다’고 했다.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라는 게 재외동포법의 취지다. 유승준은 ‘나도 재외동포이니 나에게도 개방적이고 포용적으로 대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일반적인 재외동포가 아니라 국가의 믿음을 배신하고 나라를 버린 이례적인 존재이면서도 재외동포에 묻어가는 ‘꼼수’를 뒀고, 대법원이 인정해준 모양새다.

38세의 비밀도 풀렸다. 그는 왜 하필 38세에 행동을 개시했는가? 바로 재외동포법상의 38세 규정을 노린 것이라고 해석된다. 치밀한 전략으로 약한 고리를 정확히 타격해 유효타를 얻어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하지만 바로 그 치밀함이 더욱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눈물의 진정성도 더욱 의심받게 됐다.

대법원이 고려하라는 법들을 고려했을 때 유승준에게 마냥 유리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재외동포법에는 설사 38세가 됐어도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체류자격 부여에 예외로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유승준이야말로 ‘국익을 해칠 우려’에 딱 걸리는 사례 아닌가.

범죄 외국인 5년 입국금지 형평성 논리도 유승준은 예외일 수 있다. 그 어떤 외국인도 유승준처럼 군심을 흐트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탈국적 병역기피의 상징인 외국인은 유승준 뿐이기 때문에, 그런 유승준을 일반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게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렇게 특수하게 국익을 해치는 외국인의 입국활동을 통제하는 건 국가의 주권이라고 봐야 한다. 유승준 재심사 때 이런 점들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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