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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재계 "평등하게 못살고 정의롭게 망할 지경"


입력 2019.05.02 06:00 수정 2019.05.02 07:09        박영국 기자

"평등·공정·정의 따지느라 경제·일자리 파탄"

"우리 경제 기초체력 튼튼"…대책 없는 낙관론에 절망

"평등·공정·정의 따지느라 경제·일자리 파탄"
"우리 경제 기초체력 튼튼"…대책 없는 낙관론에 절망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내놓은 약속이다. 감성적인 수사법으로 많은 국민을 감동시켰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이 약속에 집착하는 문 정부의 실정(失政)에 수많은 기업과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들이 취임 초기 ‘경제’와 ‘일자리’를 앞세워 왔다. 기본적으로 민생고가 해결돼야 지지율도 오르고 그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정을 탄탄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역시 취임사에서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치기에 앞서 경제와 일자리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고, 민생도 어렵다”고 진단한 뒤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경제와 일자리를 챙기는 데 집중하기에는 9년 만에 등장한 진보정권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았다.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 정경유착 타파, 지역·계층·세대 갈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내놓았다.

‘경제·일자리’라는 현실적 요소들과 ‘평등·공정·정의’라는 이념적 요소들을 뒤섞어 내놓은 결과물은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근로자와 가계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늘리면 소비도 늘 테니 경제가 잘 돌아가고 기업들도 돈을 벌 것이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소득주도 성장’ 이론은 대 실패로 판명 났다.

소득주도 성장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뤄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상당수 기업들은 경영난에 처했고, 많은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각종 수당 축소로 소득 감소에 허덕이고 있으며,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고 있다.

정부는 경기 침체의 기준점으로 여겨져 온 3%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 목표(2.6~2.7%)를 내세웠으나 1분기 0.3%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이마저도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은 한동안 반도체의 비정상적인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로 긍정적인 숫자를 나타내다 반도체 시황이 고점을 지나자 곧바로 마이너스로 꺾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역성장 행진이다.

일자리 측면에서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공적 일자리’ 확충에 나서고도 지난해 고작 취업자 9만7000명을 늘리는 ‘고용참사’가 벌어졌다. 올 들어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지만,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국가 재정 투입을 통한 인위적인 일자리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진보 정권의 시각에서 뜯어 고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겠지만, 뜯어 고친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일단 일을 벌이고 문제가 생기면 국가 재정을 투입해 급한 불만 끄는 식의 미봉책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데일리안에서 출고된 1분기 주요 기업 실적 관련 기사들.ⓒ데일리안 데일리안에서 출고된 1분기 주요 기업 실적 관련 기사들.ⓒ데일리안

경제 성장을 이끌고 고용을 주도해야 할 기업들의 성적표도 처참하다.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67개 상장사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총 19조26억원으로, 이들 기업이 지난해 1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 총합 32조4841억원에 비해 41.5%나 감소했다.

특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왔던 반도체 업종의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60%대 감소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하락세라는 외부 요인이 있었다지만 주요 기업들은 시장 전망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대외적인 경영환경 악화가 실적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각종 규제와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청와대의 현실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정부의 정책 오류가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는 문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수없이 있어 왔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 및 정부 경제팀 수장들은 ‘경제가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만 거듭해 왔다. 국민들은 “괜찮다 잘 될거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2년 내내 지겹도록 들어야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이 평등, 공정, 정의라는 감성적인 구호를 외칠 때인가 싶다. 이러다 다 같이 평등하게 못 살고, 정의를 따지다가 망할 지경”이라며 “대책 없는 이상주의는 이제 접고,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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