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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담담한 위로, 먹먹한 여운…영화 '생일'


입력 2019.03.23 10:01 수정 2019.03.23 11:22        부수정 기자

설경구·전도연 주연

이종언 감독 연출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뉴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뉴

영화 '생일' 리뷰
전도연·설경구 주연


2014년 4월 16일, 온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매년 4월이면 우리는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올해는 참사 5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는 따뜻한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이후 아픔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아울러 유가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현실적으로 짚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와 그를 그리워하는 엄마 순남(전도연). 아들을 잃은 상처를 묵묵히 견뎌내며 딸 예솔(김보민)과 살아가지만,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순남의 남편이자 수호의 아빠인 정일(설경구)은 수호가 떠난 날, 곁에 있지 못한 게 늘 미안하기만 하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냉랭한 순남과 아직은 낯선 예솔의 마음을 열기 위해 조금씩 다가간다.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의 생일이 돌아오고, 가족들의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정일은 수호의 생일을 하자는 주변의 얘기를 순남에게 꺼내지만, 순남의 반응을 차갑기만 하다. 얼어붙은 순남의 마음은 열릴 수 있을까.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제목인 '생일'은 사람이 태어난 생일,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사는 날 '생일'이라는 뜻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이종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2015년 여름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웃'에선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유가족들과 희생자 친구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했다고.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뉴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뉴

감독은 유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영화를 기획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친구들:숨어 있는 슬픔'을 연출했고,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제작진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416가족 협의회에 찾아가 영화 제작 소식을 알렸고, 이들에게 완성된 영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터라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은 "많은 사람이 대단한 용기로 시작한 작품"이라며 "이 작품이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은 "'생일'은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닮고 싶었다"며 "참사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담담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우리 국민에게 큰 상처이기 때문에 이것을 마주하기 힘들 수 있다"며 "영화를 보고 난 후 슬픔을 넘은 그 무언가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일'은 극 영화이지만,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인물의 감정이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감독은 견디기 힘든 아픔을 마주한 인물의 마음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눈물을 쥐어짜게 하는 장치나 자극적인 양념 없이도 관객들을 하나둘씩 눈물을 흘리게 된다.

참사가 일어난 초기에는 누구나 함께 아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도 서서히 약해진다. 울부짖는 유가족들에게 "이제는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바라보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뉴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함께 서로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뉴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섣부른 위로는 상처받은 누군가에겐 오히려 독이 된다. '생일'은 아픔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 하나만으로 잔잔한 여운, 그리고 긴 여운을 선사한다.

후반부 생일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수호에 대한 추억을 하나둘씩 꺼내는 장면을 보노라면 눈물이 쏟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30분 롱테이크로 이틀간 찍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이후 스크린에서 재회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서로 다른 상처와 슬픔을 지닌 부부를 연기했다.

설경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가족 곁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을 품고 살아가는 정일 역을, 전도연은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도 마트에서 일하며 묵묵히 생계를 꾸려가는 순남 역을 맡았다.

이 영화가 빛나는 건 두 배우 덕이다. 설경구, 전도연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것도 두 배우의 연기 덕이다. 감정이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특히 전도연의 연기를 보노라면 감탄이 나온다. 노메이크업으로 연기한 전도연은 배우가 아니라 영화 속 '순남' 그 자체였다.

4월 3일 개봉. 120분. 전체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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