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관람료가 1만 5000원인데, 그 가격이면 앉아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지, 발품 팔아 극장에 가겠나. 갑자기 티켓값을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
지난해 배우 최민식이 고공행진 중인 영화 관람료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발언은 영화계 안팎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이 주목받자 CGV는 닷새 뒤 '컬처위크'를 열고 사흘간 1만 5000원에 달했던 티켓값을 7000원으로 할인했다. 당시 영화인연대가 "한국 영화산업과 생태계를 위해 영화 티켓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준 최민식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할 정도다.
그러나 CGV의 '컬처위크'는 할인 대상 영화가 제한된다는 단점으로 인해 커다란 반향을 이끌지는 못했다. '에일리언:로물루스', '파일럿' 등의 화제작에는 할인가가 적용되지 않아 관객의 체감 혜택이 낮았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컬처위크'가 진행된 나흘간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약 74만명에 그쳤는데, 전주 같은 요일 약 78만명이 극장을 찾은 것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를 기록하게 됐다.
‘컬처위크’와 비교해 영화 할인 쿠폰이 상영작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일시적이더라도 관객을 다시 모을 수 있다는 점은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에도 확인됐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는 '목·금·토·일 6000원 할인'을 시행했고, 정부는 3차 추경을 통해 총 88억 원 규모의 147만 장 쿠폰을 배포했고, 그 결과 주말 관객 수가 직전 주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결과물이 확인된 정책이기에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웠다. 문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총 450만 장, 270억 원 규모의 입장료 할인 쿠폰을 배포했다. 할인권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는 물론 전국 각지의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조조 할인, 경로 우대, 문화가 있는 날의 할인과도 함께 적용할 수 있어 체감 혜택이 크다. 이로 인해 쿠폰 할인 배포와 동시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공식 홈페이지가 접속이 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홈페이지에서는 대기 인원이 10만 명이 넘는다는 공지가 전해졌다.
정책 시행 후 첫 주말(7월 25~27일)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총 173만 642명으로, 직전 주말(7월 18~20일) 150만 8265명에 비해 약 14.74%가 증가했다.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30일에는 86만여 명이 극장을 방문하며 7월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극장 관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유효하며, 티켓 가격 하락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 또한 "내부적으로 할인 쿠폰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평일 오후 시간대 예매율이 이전보다 증가하고 다양한 관람 단위와 연령층이 유입되는 등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모든 작품의 관객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콘텐츠에 따라 반응의 차이가 있는 편이었다”며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관객을 꾸준히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고 결국 콘텐츠의 힘이 가장 결정적이며, 그 외 이벤트 등 관람을 이끌어내는 부가적인 요소가 함께 작용해야 실제 발걸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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