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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장애 역풍' 대형은행 민원 사상 최대


입력 2019.02.15 06:00 수정 2019.02.15 06:05        부광우 기자

지난해 총 2822건 접수…전년比 24.7%↑

우리은행 3배 급증에 소비자 불만 폭증

지난해 총 2822건 접수…전년比 24.7%↑
우리은행 3배 급증에 소비자 불만 폭증


국내 5대 은행 연간 민원 발생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연간 민원 발생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대규모 전산 장애 대란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금융사들을 향한 금융당국의 민원 감축 압박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가는 가운데 은행들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민원은 총 2822건으로 전년 동기(2124건) 대비 24.7%(698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민원 규모는 은행들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민원 현황을 공시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연간 민원 규모는 ▲2015년 2693건 ▲2016년 2376건 ▲2017년 2124건 등으로 꾸준히 줄어 왔다.

이처럼 감소 추세를 보이던 대형 은행들의 민원이 돌연 증가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은행에 있다. 우리은행에서 지난해 발생한 민원은 1215건으로 유일하게 네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 2017년에만 해도 우리은행에 대한 민원은 374건으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가장 적었지만 1년 새 212.6% 급증하면서 시중은행들 중 최대로 올라섰다. 다른 곳들의 지난해 민원 건수는 ▲국민은행 509건 ▲신한은행 386건 ▲하나은행 365건 ▲농협은행 347건 등이었다.

이런 우리은행의 대량 민원 발생은 지난해 신규 전산망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장애 탓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5월 초 가동을 시작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는 오픈 첫날부터 장애를 겪었다. 그리고 같은 달 31일과 추석 연휴 직전 폭증한 거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작동을 멈춰 고객 불편을 초래했다.

실제로 위니 서비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시기에 해당하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우리은행에 접수된 민원은 각각 682건, 346건에 달했다. 그 전인 1분기(90건)와 이후인 4분기(97건)에 비해 4배에서 7배에 가까운 수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분기에는 623건이, 3분기에는 266건이 전산망 장애와 관련된 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불어난 민원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고객 민원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더욱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누구보다 강조해 온 윤석헌 원장이 지난해 금감원의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런 기조는 한층 강해졌다.

이에 맞춰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 감독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문 인력 추가배치와 빅 데이터 기반의 민원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아울러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4년여 만에 부활된다는 점도 민원을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상황에서 자칫 불어난 민원이 종합검사 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2015년 폐지된 종합검사를 올해부터 다시 실행하겠다고 예고하고, 지난해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시범 실시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유난히 강조하는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를 봤을 때 늘어나는 고객 불만은 앞으로 금융사들에게 남다른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 상 금융사들은 다른 때보다 민원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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