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아시안컵] 한국 vs 인도네시아
15일 바레인전 충격의 역전패(1-2)에 이후 마음 상한 축구팬이 한둘이 아니다. 월드컵 4강에 올랐던 한국이 한 수 아래로 봤던 중동의 다크호스 팀에 패퇴, 축구팬들의 실망이 극에 달한 것.
바레인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전체 슈팅수 5개를 기록, 이중 4개가 유효 슈팅이었으며 2개는 골로 연결했다. 반면 한국은 전체 슈팅수 9개 가운데 유효슈팅이 3개에 그쳤고 모두 위협적이지 못했다.
선수들은 동남아 특유의 끈적끈적한 더위에 지쳐 집중력도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바레인도 한국과 같은 환경에서 경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표팀의 부진을 기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한국축구의 취약점인 측면만 고집했던 단조로운 공격루트와 세밀한 공격전개 부족도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축구팬들은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과 조재진, 우성용 등 활용방안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이에 핌 베어벡 감독은 모두 자신의 전술 미스였다면서 선수들은 전혀 잘못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동국은 대표팀 공격의 단조로움을 토로했던 그의 발언이 ‘와전’되면서 베어벡 감독 전술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축구팬들은 이동국의 발언을 오해하면서 그를 향해 날이 선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팀 승리를 위한 개인 의견이었을 뿐, 베어벡 감독 전술엔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지쳐있는 상태다. 베어벡 감독도, 이동국을 비롯한 선수단 전체 표정에 그늘이 보인다. 바레인전 역전패 이후 팀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여전히 한국 축구팬들에게 희망을 약속했다. 대표팀의 목표는 우승이라면서 18일 인도네시아전을 통해 명예회복은 물론, 8강행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말이다.
바레인전 패배는 감독의 전술상 실책이나, 특정 공격수의 골 결정력 미숙,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경기 템포를 늦추는 장면, 도전적이지 못한 자세에서만 원인을 찾아서는 곤란하다.
어쩌면 마녀사냥일 수도 있는 특정 선수들에 대한 비판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또 총체적인 문제에서만 해답을 찾을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전술 한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전술이란 카운터 어택이다.
한국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압박축구’가 대표팀 열쇠가 되면서 수비진들의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특유의 강인한 체력이 밑바탕 된 압박전술은 경기 지배율 면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경기는 물론, 월드컵 종료 직후 호나우두-호나우지뉴가 포함된 브라질 1진과의 A매치, 레코바가 뛴 우루과이와의 A매치, 리켈메-아이마르 중심의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모두 볼점유율 우위를 보였다. 지난 2006 프랑스 월드컵 조 예선 경기에서도 프랑스-스위스-토고를 상대로 대등한 볼점유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상대팀들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서서히 간파하고 있다. 상대팀은 전진 배치된 한국 수비진 배후 공간을 노린다면 쉽게 득점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압박축구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한국 대표팀의 A매치 실점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무리하게 공격하다 카운터 어택 한 방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한국축구의 취약점을 볼 수 있다는 것. 압박 키워드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업적은 분명하지만, 한국 축구의 족쇄일 수도 있다.
베어벡호도 압박축구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베어벡호는 우루과이,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각각 0-2로 완패했다. 패인은 역시 상대 속공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 것. 당시 네덜란드 국가대표 주전 미드필더 반브롱호스트도 한국 대표팀의 수비진 배후 공간이 너무 넓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브롱호스트는 카운터 어택 상황에서 오버래핑한 멜치오트에게 정확한 대각선 전진패스를 시도하며 추가골을 도왔다. 당시 한국 수비진은 전진 배치해 있었고 오프사이드 전술을 노렸지만 무참히 깨지면서 실점했다.
아시안컵에서 상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도 모두 카운터 어택 전술을 들고 나왔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고, 후방 수비진은 전진배치 되면서 압박전술과 오프사이드 작전을 병행했다.
그러나 바레인은 전반 종료 직전, 전진 배치된 한국 수비진 배후 공간으로 기습적인 고공패스를 시도했고, 한국 수비진은 뒤돌아섰지만 이미 늦었다, 오프사이드 전술은 무너졌고 바레인의 스피드 좋은 최전방 공격수 살만 이사가 이운재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 동점골을 넣었다.
대표팀의 아시안컵 부진은 특정 선수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대표팀 수장의 선수기용 미스만으로 몰아가선 곤란하다. 거스 히딩크 후유증, 즉 압박축구로 대변되는 한국축구의 딜레마가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다.
현대축구의 핵심이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빗장수비의 대명사 이탈리아처럼 전방위주 압박이 아닌, 후방 중심으로 배치된 수비위주의 끈끈한 압박축구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역습에는 역공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 카운터 어택 전술도 ‘제대로’ 장착해야 한다.
거스 히딩크가 남긴 딜레마인 최후방 수비진에서 최전방 공격진 간 25미터 이내 유지 간격도 조금 늘린다면 체력소비도 줄일 수 있다. 아시안컵 예선 마지막 경기인 인도네시아전을 앞둔 대표팀에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압박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아시안컵 순위(D조)
1. 사 우 디 1승1무0패 / 승점4 / +1
2. 인도네시아 1승0무1패 / 승점3 / 0
3. 바 레 인 1승0무1패 / 승점3 / 0
4. 대 한 민 국 0승1무1패 / 승점1 / -1
▶인도네시아전 축구 중계 예고
7월18일축구 / 저녁 7시 20분 / MBC, Xports 채널 생중계
☞베어벡호의 운명은?…‘두 가지 경우의 수’
데일리안 스포츠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