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정치란 무엇인가?

입력 2004.09.20 11:25  수정 2004.09.20 11:25

권력은 국민을 생(生)하게 하는 도구

우리는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호흡만큼이나 정치라는 관념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이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간에 정치는 항상 인간의 생존과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

그러면 정치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도 가지각색의 정치를 정의했지만 여전히 정치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정치의 넓은 의미를 <권력투쟁을 통해 인간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재생산시키거나 변화·혁신시키는 인간의 사회적 실천 일반> 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뒤베르제<문제를 아카데믹하게 분석하면서도 언제나 현대적 관심에 일관되게 하는 프랑스 정치학자 - 필자 주>는 정치의 핵심적 논리를 <칼로 싸울 것을 말로 싸우도록 바꾸는 것> 으로 생각했다. 사회란 늘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이해를 가진 사람들과 세력에 의해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문제는 갈등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정치)을 가지고 있느냐? 그래서 그러한 갈등이 보다 성숙된 통합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적 역할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또한 정치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와도 같은 존재이며, 지배의 정치는 늘 피지배세력을 타자화시켜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를 영속화하려는 반면에, 해방의 정치는 그러한 지배의 영속화에 대한 저항을 통해, 그 시대의 구조적 모순을 변혁하고자 하는 이상과 해방의 열정에서 기인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서양과는 달리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대답을 동양의 고대사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요임금은 막연하나마 정치란 개념에 대하여 심오한 단서를 던져주고 있다.

다음은 요임금의 일화이다.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와서 쉰다. 자연과 한 몸이 되니 이 얼마나 평화롭고 자유스러운가. 우물 파서 물마시고, 밭 갈아 배를 불린다. 생업이 자유롭고 기회가 균등하니 얼마나 정의로운 사회인가? 더구나 임금의 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필부조차 큰 소리 치는 세상이라면, 이 이상 달리 민주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것이 소위 정치가 실현해야 할 최고의 이상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간단히 정치란 무엇인가? 라고 하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일이다. 정치란 사람이 짐승답지 않게,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조직과 제도와 행위와 관행이다. 정치란 권력의 획득, 유지를 둘러싼 항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 아니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정치체계의 정당한 목적으로서의 인간의 도덕적, 감정적 욕구충족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악인이 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을 그 근본으로 하여 모든 일을 바로 잡아 사람들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며 군비를 튼튼히 하고 백성들을 믿게 하고 정의의 공동체를 실현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과연 자금의 세계정치는 인류의 이상과 정의를 얼마나 실현시켜 주었으며, 나아가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소임이라 할 사람다운 삶은 또한 얼마나 보장해주고 있는가? 지금 전 세계 53억 인구 중 3/4이 도처에서 정치란 이름으로 억압받고 빼앗기고 서로 증오하며 또 서로를 살육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냉엄한 정치현실이다. 따라서 오늘의 정치가 우리의 미래에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오늘의 정치는 이대로 좋은가? 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조선의 기초를 다진 위대한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삼봉 정도전은 정치란 국민들이 부여한 권력을 잘 활용하여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해 준 백성들을 생(生 :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삼봉의 사상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란 통합이며 국론통일이며 행정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것으로 집약해 볼 수 있다. 행정이란 국민이 낸 세금인 예산을 가지고 공무원들이 돈을 가장 적게 쓰면서 국민들을 가장 많이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란 이러한 행정의 올곧은 길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13일 모 신문과 코리아리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65.7%가 한국은 현재 위기상황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남은 임기동안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로 경제회복(88.1%), 사회갈등 해소(29.4%), 정치개혁(28.9%)의 순으로 꼽았다. 모두가 정치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의 정치 상황이 요임금이 말한 정치 이상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봉이 말한 국민을 생(生)하게 만들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돈으로 행정을 펼치고 있는 공무원들을 잘 인도하는 정치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더듬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당의 정치가들이여! 우리는 지금 뒤베르제가 말한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매커니즘(정치)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갈등이 보다 성숙된 통합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의 핵심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한번만이라도 되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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