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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늪 빠진 증권사들…중국서 빈손 철수


입력 2018.06.20 06:00 수정 2018.06.20 05:52        부광우 기자

현지 계열사 청산 본격화…손실만 낸 채 '불명예 귀환'

채권 부도 사태에 위기감 증폭…더 얼어붙는 투자 심리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높은 진입 장벽에 막혀 이익은 커녕 손실만 쌓으면서 결국 빈손으로 철수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최근 현지에서 불거진 대량의 부도 채권 사태에 투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으면서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각각 중국과 홍콩에 소재한 종속회사인 화기투자자문유한공사, 신방향투자유한공사에 대한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DB금융투자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가장 큰 배경은 부진한 실적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1분기 두 회사의 순이익은 고작 4100만원에 불과하다. 연간 1억67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익성이다.

이렇게 좀처럼 이익 규모가 늘지 않으면서 설립된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화기투자자문유한공사, 신방향투자유한공사의 자산 규모는 각각 34억9000만원, 29억40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앞서 유안타증권의 중국 법인 청산은 최근 국내 증권사가 중국 법인을 정리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의 자회사였던 중국의 신승투자자문은 2016년 1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당시 신승투자자문은 자산 3억4000만원 정도로 밖에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직 중국 현지 계열사를 두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정도다. 문제는 이들의 성적 역시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국내 증권사들의 중국 현지 법인이 모두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투증권의 상황이 좋지 않다. 한투증권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금융투자사인 진우(북경)투자자문유한공사는 올해 1분기 1억5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한투증권이 참여한 집합투자기구인 상해방정한투주식투자파트너쉽기업, 중국청두지분투자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11억2000만원, 12억60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는 차이나아시아인베스트먼트컨설팅 역시 지난해 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에 빠져 있다.

이처럼 우리 증권사들이 중국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규제에 따른 한계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금융 시장 규제에 따라 증권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지 증권사와 합작을 해야 하다. 이마저도 3분의 1 이상 지분을 가질 수 없다. 국내 증권사들의 중국 현지 계열사들이 대부분 투자자문업만 영위하는데 머물고 있는 이유다.

더불어 올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부도 우려와 함께 벌어진 채권 부도로 중국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현실로 확인된 점은 증권사들의 현지 투자 보폭을 더욱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CERCG의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채권에서 3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부도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달러표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국에서 발행된 16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동반 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다.

이에 CERCG는 이번 달 중국을 방문한 국내 금융사들과 만나 대주주의 증자나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이미 부도가 난 회사채에 대한 채권 상환 방안을 포함, 자구계획을 마련해 이번 달 말까지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해당 ABCP의 자산관리자인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CERCG측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CERCG 측은 원자재 조달과 생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기상환과 담보제공 등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중심이 생산에서 소비로 변화하면서 개인의 자산이 불어나게 되고, 이에 대한 관리 등 금융투자 시장이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돼 많은 증권사들이 진출에 관심을 보여 왔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불어 닥친 대규모 채권 부도 사건으로 현지 자본시장의 불안이 드러나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중국 투자에는 더욱 제동일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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