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프시즌 점검 ① 모비스
2007년 5월1일 울산동천체육관.
부산 KTF와의 챔피언 결정전 최종 7차전을 앞두고도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마음 한 구석에는 다음 시즌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7차전을 끝으로 양동근·김동우·크리스 윌리엄스 등 2시즌을 함께 한 주전 3인방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는 처지였다.
7차전 승리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 트로피는 모비스에게 돌아갔고 유 감독은 선수들과 한데 어우러져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우승의 기억은 빨리 지울수록 좋다. 영광이 짙을수록 개혁은 어려운 법이다.
▲ 조용한 오프시즌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다음 시즌을 나서는 모비스의 여름은 조용하다. FA 시장에서 ‘최대어’ 서장훈에게 영입의사를 보였지만, 애초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서장훈은 모비스가 아닌, 전주 KCC행을 택했다. 대신 모비스는 이병석·김재훈 등 내부 FA들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떠나간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특히 절대적인 중심축이었던 양동근과 윌리엄스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 지난 2시즌동안 양동근과 윌리엄스 없는 모비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수비의 팀’ 모비스가 스파이더맨이라면, 양동근은 마스크였고 윌리엄스는 거미줄이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이 마스크가 벗겨지고 거미줄마저 없다면 더 이상 스파이더맨이 아니다. 오프시즌 동안 유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도 바로 스파이더맨의 마스크와 거미줄을 유지하는 것.
유 감독의 특성상 끈끈한 수비조직력은 팀컬러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우승멤버 중 이병석·구병두·김재훈·이창수·하상윤 등 수비에 일가견 있는 베테랑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문제는 양동근과 윌리엄스처럼 팀 공격을 적절히 밀고 당기며 유연하게 주도할 선수들을 구할 수 있느냐 여부다.
▲ 김학섭과 김효범
마땅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비스는 내부 자원을 극대화할 계획. 역시 김학섭과 김효범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한양대 시절부터 양동근의 그늘에 가려온 김학섭에게는 다음 시즌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산할 절호의 기회다.
그는 지난 시즌 양동근이 도하 아시안게임 차출로 자리를 비운 동안 비교적 안정된 경기운영능력과 탁월한 패스감각으로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슈팅력이 부족하고, 개인공격에 있어 한계를 드러냈다. 김학섭의 능력은 주위 동료들이 얼마나 잘 받쳐주느냐 여부에도 달려있다. 지난 시즌 크리스 버지스 같은 외국인선수가 있으면 김학섭의 위력은 배가 될 수 있다.
가능성과 덩크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진 김효범도 다음 시즌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한다. 그도 다음 시즌에는 어느덧 프로 3년차가 된다. 언제까지 가능성 하나만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어쩌면 다음 시즌까지가 그 유효기간일 수 있다.
하지만 김효범은 다음 시즌 주전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양동근이 빠진 가운데 확실한 1대1로 득점루트를 뚫어줄 카드는 김효범밖에 없다. 그러나 팀플레이 적응 여부는 김효범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1대1 공격에서는 어느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농구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 5명이서 하는 것이 훨씬 쉽고 팀에 유리하다.
지금이라도 김효범이 깨우치고 팀플레이에 녹아든다면, 그의 재기발랄함과 모비스의 조직 농구는 적절한 선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우승 독배는 없다
우승팀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매너리즘이다. 최정상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지난 11년간 프로농구에서 통합우승 2연패를 일궈낸 팀은 대전 현대(1997-98, 1998-99)가 유일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우승 뒤에 밀려오는 포만감은 우승팀이 가장 피해야 할 적이다.
하지만 다행히 모비스는 우승 독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력멤버들이 상당수 빠지면서 오히려 팀 전체적으로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도 선수들을 조련하는데 있어 뒤끝 없이 냉정하며 선수들도 이런 유 감독의 스타일에 이제는 적응했다. 통합우승팀이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다.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모비스는 끊임없이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지원을 비롯해 이병석·구병두·김재훈·이창수·하상윤 등 베테랑들과 김학섭·김효범에 함지훈·박구영·최고봉·강우형 등 젊은 피들이 확연하게 양분돼 있다.
베테랑과 젊은 피를 이을 중고참이 없다는 것이 유대감 형성에 있어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수 있지만, 어차피 모비스는 서열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팀이다. 우승의 독배에 취하지 않고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모비스만의 생태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통합챔피언의 저력은 결코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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