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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스벤 크라머의 낚시, 이승훈만 요지부동


입력 2018.02.25 00:16 수정 2018.02.25 08:0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크라머, 마지막 스퍼트 내자 대부분 동요

이승훈은 눈치 살핀 뒤 제 페이스 유지

상대의 전략을 제대로 간파한 이승훈.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상대의 전략을 제대로 간파한 이승훈.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매스스타트는 장거리를 뛸 수 있는 체력 외에 치밀한 전략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여기에 눈치까지 빠르다면 체력을 아끼며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남자 빙속의 자존심의 이승훈은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진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16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우승을 거머쥐며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승훈은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최강자다.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견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변수가 많은 올림픽 무대였기에 섣불리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승 무대에서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졌다.

출발선에 선 16명의 선수들 중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한국의 이승훈과 정재원, 그리고 빙속 강국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와 코헨 페르베이였다. 이들은 서로 다른 전략을 내놓았고 승자는 한국이었다.

먼저 카드를 꺼내든 쪽은 한국이었다.

한국의 정재원은 두 번째 바퀴에 5위로 올라선 뒤 계속해서 후미 그룹의 선두를 담당했다.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였다. 정재원이 속도를 조절하자 뒤따른 선수들도 박자를 맞추며 레이스 후반을 도모하는 듯 했다.

마지막 4바퀴를 남겨두고 이번에는 네덜란드가 승부수를 던졌다. 아웃코스로 빠져 속도를 급하게 올린 스벤 크라머가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크라머의 마지막 질주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크라머의 마지막 질주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크라머가 누구인가. 5000m 3연패를 비롯해 올림픽에서 금4 은2 동3개를 딴 빙속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매스스타트는 이번이 첫 출전이었지만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이 남달랐고, 무엇보다 장거리 전문 선수였기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주목해야할 선수는 이승훈과 크라머의 동료 페르베이다. 크라머가 속도를 올려 치고 나가자 선수들 대부분이 크라머의 꽁무니를 쫓기 시작했다. 페이스 메이커였던 정재원도 놀란 듯 이미 한계에 달한 체력을 쥐어짜내 따라갈 정도였다.

하지만 이승훈은 앞서 내달리는 선수가 아닌 뒤를 돌아봤다. 페르베이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였다. 크라머 역시 선수들의 리듬을 깨는 역할이었고 네덜란드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페르베이였다. 그가 동요하지 않자 이승훈도 계속해서 뒷짐을 진 채 속도를 유지했다.

결국 오버 페이스했던 크라머는 한 바퀴를 남겨둔 채 경기를 포기했고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 최하위에 그쳤다.

크라머가 판을 흔든 뒤 이승훈과 프레베이의 역주가 시작됐다. 진정한 메달 경쟁 레이스가 펼쳐진 셈이다.

또 한 명의 선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너나 할 것이 크라머를 쫓아갈 때 동요하지 않았던 이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벨기에의 바트 스윙스였다. 크라머의 ‘낚시’를 눈치 챈 스윙스 역시 제 페이스를 유지했고 이승훈, 프레베이와의 마지막 경쟁에서 은메달 획득의 기쁨을 누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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