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웃음 강조점은 보케 쯔코미!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7.05.21 10:22  수정

코미디 장르는 저마다 웃음 강조점이 있다.

대중가요에서 제목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이는 후렴처럼 개그도 웃음의 핵심이 되는 비장의 카드를 지니고 있다.

추억의 꽁트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에서는 비장의 카드 ‘음메 기죽어’를 적재적소 터뜨려주는 게 웃음 강조점이었다. 김한국이 김미화의 야구 방망이가 무서워 ‘음메 기죽어~’를 연발하는 순간,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원초적인 웃음폭탄을 터뜨린다.

김미려의 “김 기사 운전해”나 서경석 이윤석의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등과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도 이와 같은 맥락의 웃음 강조점으로 쓰인다.

‘마빡이’와 같은 몸짓 개그에서는 주인공 정종철을 비롯해 얼빡이 김시덕, 대빡이 김대범, 갈빡이 박준형의 ‘등장 순간’이 웃음 강조점이다. 마빡이 군단이 한 사람씩 반복적인 이마 때리기로 관객들에게 첫 인사하는 순간, 장내 웃음소리가 가장 크다.

그럼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 (연출 김태호)만의 웃음 강조점은 어느 부분일까. ‘멍청하게 굴기’와 ‘멍청하게 구는 이에 대한 꾸짖음’이 웃음 강조점이다. 이 장면이 이어질 때마다 시청자들은 배꼽을 빼놓는다.

예를 들어 “돌+아이” 노홍철이 이영애와 최지우 같은 미녀 게스트를 앉혀두고 ‘저질댄스’를 선보이면 유재석, 박명수 등 동료 멤버들은 기겁하고 말린다. 이들은 노홍철을 그냥 말리는 게 아니라 분위기파악 못한다면서 몸싸움까지 감행, 사정없이 나무란다.

한 마디로 노홍철의 예측불가 엉뚱한 연기가 웃음으로 발전되는 순간, 동료 멤버들은 노홍철에서 시작된 웃음 바이러스를 장려하거나 살려주는 게 아니라 일단 템포를 끊고 보는 식이다. 템포를 끊은 뒤 이어지는 노홍철에 대한 정색과 혹독한 비난공격이 또 다른 종류의 웃음을 선사하는 패턴이다.

이 같은 스타일을 일본 만담(풍자 코미디) 전문용어로는 ‘보케’와 ‘쯔코미’(츠코미)라 부른다.

보케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괴상한 짓이고 쯔코미는 보케의 4차원 활약(?)에 대한 반사적인 응수다. 일본 거물급 코미디언을 예로 든다면 마츠모토 히토시 (일명 맛짱), 하마다 마사토시 (일명 하마짱. 이상 다운타운)가 대표적인 보케, 쯔코미 콤비다.

마츠모토가 독특한 사고력을 바탕으로 기발하면서도 괴상한 이야기를 시도하면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하마다도 일단 같이 웃어주면서 마츠모토의 개그에 동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마츠모토의 뒤통수를 가볍게 치면서 “엉뚱한 소리 하지마”라며 즉흥적인 대사를 내뱉는다.

마츠모토 위주로 분위기가 흘러가다가 하마다가 순간재치가 뒤엎어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보케 쯔코미만의 독특한 매력이자 웃음 강조점이다. 보케, 쯔코미가 제대로 구사되려면 해당 코미디언들의 순발력과 재치, 기발한 어휘력 구사 등이 필수조건이다.

무한도전 식구들은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선구자답게 보케, 쯔코미 소화력이 탁월하다. 평균이하를 자처하는 여섯 남자는 사전 대본도 없이 즉흥적인 대사만으로도 보케, 쯔코미 분위기를 살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 여섯 남자는 어느 순간 보케도 되고 어느 순간 쯔코미도 되는 다재다능함으로 웃음 강조점을 친절하게(?) 찾아준다. 무한도전에만 있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축구에서 멀티 플레이어 간판이 송종국, 박지성이라면 코미디언 세계에서 멀티 플레이어 간판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박명수의 호통개그는 보케도 될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쯔코미도 될 수 있다. 대사가 막히거나 엉켰을 때 호통치고 보는 엉뚱함은 보케에 가깝지만 유재석 비디오 사건, 정준하 곶감사건, 정형돈 상상플러스 하차 등 치부를 공격할 때 사용되는 호통개그는 쯔코미 성격을 지녔다,

유재석의 타고난 언변도 보케와 쯔코미 양면성을 모두 지녔다. 게스트를 고려하지 않는 독단적인 진행이 상황 파악 못하는 보케가 되고, 동료 멤버들의 싸움을 진정시킬 때 사용하는 탁월한 말 빨은 정색과 비난, 양비론(?) 등의 쯔코미가 될 수 있다.

´돌+아이 콘셉트´ 노홍철은 저질댄스가 4차원 세계관 보케 스타일이고 형들에게 속사포 수다 비난을 퍼붓는 개그는 쯔코미 스타일이다. 정준하의 우동 10초 안에 먹기 같은 엉뚱한 짓은 보케고 박명수의 호통개그를 맞받아치는 패턴은 쯔코미다. 정형돈의 몸 가는대로 춤추는 ‘진상댄스’는 보케고 동생 하하, 노홍철 등을 향한 분윅 반전용 날라 차기 공격은 쯔코미 스타일이다. 하하의 유재석 교주 광신도 자청은 바보 같은 생각을 지닌 보케고 정형돈의 가증스러움을 질타하는 공격은 쯔코미 콘셉트다.

무한도전의 장점이자 매력은 보케와 쯔코미에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무한도전 표 웃음 강조점’이다. 여섯 남자들은 각본 없이 즉흥적인 대사만으로 탁월한 바보연기를 하고 바보처럼 구는 이에 대한 천재적인 재치 꾸짖음 개그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이 넓은 아량으로 보케와 쯔코미 개그 스타일을 이해해준다면 ‘노홍철 저질댄스´정도는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노홍철 저질댄스는 웃음 강조점일 뿐이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동네북인가?…이번엔 노홍철 저질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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