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감독, 고독이 운명인가

입력 2007.05.14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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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 감독, KS 2연패 위업에도 웃음 사라져

고독이 운명이었던 삼성감독…SUN의 과제는?

삼성 선동렬 감독은 한국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투수였다. 그는 언제나 신문 1면을 차지했다. 승리를 거두고 세이브를 챙겨도 선동렬, 홈런을 맞고 끝내기 패전을 당해도 선동렬이었다.

선 감독이 이처럼 신문 1면을 도배하다시피 장식한 데에는 그의 호방한 성격도 크게 작용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반겼고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현역 시절 선 감독은 팬과 선수 그리고 취재진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요즘 선 감독에게는 웃음이 사라졌다. 물론 그는 감독이다. 감독의 자리는 고독이 숙명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점점 더 고독해지고 있다. 사령탑 부임 첫 해였던 2005년에만 하더라도 덕아웃에서 비교적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선 감독이지만, 이제는 냉기만이 흐른다. 현역 시절 불같은 강속구로 팬들을 열광시켰으나 감독이 된 후에는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취재진을 상대하는 선 감독의 태도도 폐쇄적으로 변했다. 이제 선 감독은 ‘까칠함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도대체 무엇이 선 감독을 고독하게 만들고 있을까. 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 팀이다. 그러나 2005년 부임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여기저기서 선 감독을 깎아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우승을 ‘돈 야구’라며 폄하했으며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을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비아냥거렸다. 나머지 7개 구단은 철저하게 삼성을 적으로 몰았다. 심지어 ‘삼성 대 비삼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선 감독의 부담이 커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팀을 개조했다. 방망이의 팀에서 마운드의 팀으로 바꿨고 승부처에서 강한 팀으로 체질개선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자 여기저기서 다시 ‘삼성 때리기’를 하고 있다. 2003~04년 한국시리즈 2연패 후 2005년 침체에 빠진 현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삼성의 숙명이다. 어떻게든 주목을 받고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과거 삼성 감독들도 고독했다.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지만 그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은 감독 자리를 내걸고도 달성하기 어려운 버거운 숙제였다. 삼성 감독들은 언제나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부담 때문이었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어낼 때까지 삼성은 조급증에 시달렸다. 삼성 감독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에 전신이 짓눌릴 지경이었다.

실제로 지금껏 삼성 감독들은 건강 등 개인사정으로 도중하차한 서영무·백인천 감독, 그리고 사장으로 승진한 김응룡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성적부진을 이유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1990년 정동진 감독은 약체라는 평가를 받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갖은 찬사를 받았으나 한국시리즈에서 LG에게 4전 전패하자 곧바로 경질됐다. 1995년 우용득 감독, 1999년 서정환 감독, 2000년 김용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삼성 감독 자리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다르다. 이미 부임 2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더욱이 김응룡 사장은 선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지지란, 선수영입 같은 전력 강화가 아니라 프런트의 불간섭을 통해 선 감독에게 부담 없이 선수단 통솔할 수 있게끔 한 배려다. 지금 8개 구단 사령탑 중 선 감독만큼 감독 자리를 보장받은 이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선 감독은 고독하다.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삼성 감독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 감독은 현역 시절 전설적인 투수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전설로 남을 위대한 인물이다. 선 감독이 감독으로서도 위대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고독함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현역 시절 선 감독은 모두가 우러러봤지만, 감독이 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선 감독은 이전 삼성 감독들이 누구도 해내지 못한 한국시리즈 2연패와 팀 체질개선을 이끌었으나 정작 삼성 감독들의 고독함을 답습하고 있다.

지금 삼성은 과거 삼성이 아니다. 더 이상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매는 팀이 아니라는 얘기. 구단 프론트도, 팬들도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우승이라는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 감독이 현역 시절처럼 모두가 좋아하는 ‘호인 선동렬’이 되기 위해서는 고독함을 벗어던지고, 선수와 팬들을 위한 야구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수 선동렬, 감독 선동렬로서 그는 수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가 고독할 이유는 없다. 삼성 감독에게 고독이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선 감독은 입증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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