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때 부모가 집사주는 관습 발목?…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권이상 기자

입력 2017.08.10 17:00  수정 2017.08.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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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시 소득증빙 등 내야

분양권·입주권도 해당…부담부 편법 증여 등 어려워질 것

8.2 부동산 대책으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 돼 강남 재건축에서 빈번했던 부담부 증여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2년전 회사에 대기업에 취직한 A(32·남)씨는 결혼을 몇 달 앞두고 강남구에 위치한 9억원 짜리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매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다. 우선 예비 신부와 함께 마련한 1억원과 부모님에게 현금 1억원을 지원 받고,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이용하면 매입이 가능했다. 당장의 대출 원리금은 부모님이 대신 갚아주실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A씨는 난감해졌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으로 3억원 이상 주택 구매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을 의무화 했기 때문이다. 예상 대출 규모가 작아졌고, 자칫하면 국세청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자산가 B(56·남)씨는 중도금 대출을 끼고 구입한 강동구 재건축 단지 조합원 분양권을 취업 준비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아들(28)에게 증여할 생각이었다. 중도금 해외로 아들에게 보낸 학자금을 다시 한국에 있는 은행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갚게 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분양권 거래도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으로 확대했다. 아직 아들이 뚜렷한 소득이 없는 상태여서 증빙이 어려워 증여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웬만한 주택 구입시 부모에게 주택자금을 지원 받으려면 충분한 소득증빙이 필요하다. 또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양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3억원 이상의 주택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를 해당 시군구청에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자녀 결혼시 주택자금 지원과 대출을 끼고 자녀에게 아파트를 양도한 후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편법 증여가 정부의 규제에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에 추가한 자금조달계획서의 기재 내용은 자금 출처와 소득 증명 외에 입주계획이 들어가야 한다. 대상은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의 주택으로,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가 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에는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과 입주권도 해당된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124만6788가구의 약 90%에 달하는 110만7884가구가 3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자금조달계획 제출 의무화는 주택 다수를 보유한 자산가들이 직접적인 타깃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한다. 또 일부 부모에게 의존해야하는 소득 수준이 낮은 실수요자까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규제를 강화해 자연스레 증가하는 편법증여가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금조달계획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소득증빙이다. 이번 규제로 대출한도가 40%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소득 이상의 자금이 주택매매에 사용되면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리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대해 국세청의 감시가 특히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화될 때 보통의 다주택자들은 부담부 증여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부동산을 물려준다. 부담부 증여는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 넘기는 것이다.

이 방법은 증여세나 양도세를 산정할 때 부채 부분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절세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물론 부담부 증여는 합법이지만, 부담부 증여에서 부모가 자녀대신 넘긴 대출금을 갚아주는 증여세 탈루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강남 일대에서 이뤄진 부동산 편법 증여는 자녀 명의로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거나,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금액으로 자녀에게 기존 주택 및 분양권을 넘기는 위장거래, 혹은 주택담보대출의 월상환액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고 대상이 분양권과 입주권까지 확대돼 이전과 같은 편법 증여는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정말 고액의 ‘편법 증여’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녀를 본인 회사에 고연봉의 임원으로 등재시켜 소득증빙을 맞추거나, 자녀 명의의 임의 법인을 세워 부동산을 넘기는 방법 등도 들어봤다”며 “정부가 시장의 상황을 보다 자세히 이해해 고액의 편법증여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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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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