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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00일] '여전히 찬바람' 中한한령 탈출구 없나


입력 2017.08.10 05:00 수정 2017.08.10 10:40        이한철 기자

지난해 사드배치 발표 후 숨 가쁜 1년

새 정부 출범했지만, 해결 조짐 안 보여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중국한국인회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 해소와 선린우호 강화를 위한 노력을 중국 정부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중국한국인회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 해소와 선린우호 강화를 위한 노력을 중국 정부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2일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숨 가쁘게 1년이 지나갔지만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한령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이는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문화계 전반에 크고 작은 보복성 조치를 집요하게 이어가고 있다.

특히 포화상태에 다다른 한국시장을 넘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들기던 공연계는 타격이 심각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공연 상품으로 꼽히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는 뚝 끊긴 중국 관람객 때문에 국내 전용관 4곳 중 충정로 극장을 지난 4월부터 임시 휴관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중국 관람객 수가 5% 수준에 불과해 극장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아시아 투어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 캐스팅된 한국 배우 김소향은 중국 공연에서 제외됐다. 한국 여권을 가진 배우는 중국에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5월부터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등을 거쳐 11월 한국에 상륙하는 '시스터액트'는 중국 공연을 제외하고 모두 김소향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소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드가 뭐길래 나를 포함한 수많은 예술인들이 이토록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씁쓸한 심경을 전한 바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 출연 중인 김소향은 한국 배우라는 이유로 중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 EMK뮤지컬컴퍼니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 출연 중인 김소향은 한국 배우라는 이유로 중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 EMK뮤지컬컴퍼니

브로드웨이 배우들을 캐스팅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 오디컴퍼니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는 아예 중국 현지화 전략을 택한 경우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국 제작진의 참여 사실을 쉬쉬해야 했을 만큼 현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최근 뮤지컬 '빨래'와 '마이버킷리스트' 등 몇몇 소극장 공연이 한한령을 뚫고 중국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의 중국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순수문화예술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영화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25일 막을 내린 상하이국제영화제서도 한국 영화는 한편도 선을 보이지 못한 채 끝났다. 영화업계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폐막한 상하이 국제영화제 기간 공식 상영된 한국 영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3월 개최된 베이징 국제영화제에서도 일부 한국 영화가 초청을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제지로 상영이 무산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한한령이 견고해지자 중국 방송은 '윤식당' '응답하라1988' 등 한국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대놓고 베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tvN 한한령이 견고해지자 중국 방송은 '윤식당' '응답하라1988' 등 한국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대놓고 베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tvN

중국 내 한국 드라마 상영, 한류 연예인의 TV 및 광고 출연이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 오히려 중국에 진출했던 한류스타들이 오랜 만에 국내 방송 출연에 나서는 이색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특수를 누리는 건 중국의 방송사다. 중국 정부의 방침으로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를 수입할 수 없게 되자, 너도 나도 한류 콘텐츠 베끼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한령이 발효된 후 중국 방송사들이 표절한 한국 예능만 10여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포맷을 정식 구매했던 중국 방송사들이 이제는 베끼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한한령이 오히려 표절 행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를 알고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초 거대 로펌과 손잡고 해외 표절사례 분석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조사 결과가 올해 말이 돼야 나오고, 궁극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른다면, 한한령이 풀린다 한들 '한류'가 변함없는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끝까지 '한한령'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조차 "문제는 한한령이 사라진 후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중국이 한류를 제치고 문화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요 연예기획사 등 국내 방송 연예계는 일찌감치 사업의 무게중심을 홍콩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로 옮겨 탈출구 확보에 나섰지만 국내 방송 연예계와 영화계가 '13억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든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어렵게 쌓아올린 '아시아의 문화 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묘안이 시급하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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