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Baseball Power Review Vol.01
4월 3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니치 드래곤즈의 도쿄돔 맞대결은 국내 외의 많은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주니치와 요미우리라는 두 ‘거인’이 정규시즌에서 처음으로 대결한 경기이기도 했거니와, 주니치에 올 시즌부터 새롭게 합류한 중견수 이병규(33)와 요미우리 부동의 4번 타자 이승엽(31)이 처음으로 맞대결하는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O-L포‘오가사와라와 이승엽의 맹타와 포수 아베 신노스케의 2타점 2루타를 앞세운 요미우리의 7-2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한국 팬들에게는 첫 타석에서 나란히 2루타를 기록한 한국인 타자들의 활약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렸다.
홈경기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여 왔던 이승엽의 타석과 2루타와 함께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일본 야구에 계속해서 적응해 나가고 있는 이병규의 타석에 대해 살펴본다.
- 1회 말 이승엽 첫 번째 타석
1회 말 2사 뒤 3번 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의 중전안타로 인한 1루 상황에서 이승엽은 첫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변화구의 마술사’라는 별명이 붙은 42세의 노장이자 작년 11승 7패 방어율 3.32를 기록한 아마모토 토마사와의 첫 번째 대결이었다.
야마모토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답게 노련한 볼배합을 가지고 갔다. 3번째 경기에서 이승엽의 약점, 즉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며 떨어지는 변화구에 쉽게 방망이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그는 집요하게 바깥쪽 공을 고집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5구 째 116km짜리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밀어 쳐 좌익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다. 제구력이 좋은 야마모토의 높은 실투를 욕심부리지 않게 밀어 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 2회 초 이병규 첫 번째 타석
앞선 선두타자 4번 타이론 우즈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1사 주자 없이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이승엽의 2루타에 고무된 듯 끈질기게 요미우리의 선발투수인 장첸민을 물고 늘어졌다.
이병규의 탁월한 배트 감각은 일본 무대에서도 발휘됐다. 2구째 몸쪽 직구에 방망이가 나간 이병규는 3구째 느린 직구 스트라익을 그대로 보냈다. 유인구인 포크볼을 잘 참아 낸 이병규는 이어진 체인지 업, 직구, 슬라이더를 모두 커트해 냈다. 볼 끝에 힘이 있는 장첸민의 공에 방망이가 약간 밀리는 듯 했으나 볼카운트의 불리함을 극복해 내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형성되는 공들을 잘 쳐냈다.
결국 8구째, 이병규는 몸쪽 높은 143km짜리 직구를 끌어당겨 중견수 방면으로 공을 날렸다. 조금 체공시간이 있는 타구에 중견수 홀린스가 잡을 수도 있는 공이었지만, 상대의 보이지 않는 작은 실책이 보이면서 이병규는 2루까지 내달렸다. 끈질긴 집념이 만들어 낸 이병규의 안타는 결국 7번 타자 모리노의 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 3회 말 이승엽 두 번째 타석
2007시즌 도쿄 돔 데뷔 첫 타석부터 장타를 날린 이승엽의 기세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오가사와라의 투런홈런으로 동점을 이룬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볼카운트 2-2까지 상대 투수 야마모토의 공을 지켜봤다. 올해 들어 부쩍 일본 투수들이 이승엽에게 좋은 볼을 주지 않으면서 조바심에 먼저 배트가 나갔던 이전 경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5구째 높게 들어온 커브를 이승엽은 이번에는 힘껏 잡아당겨 땅볼로 흐르는 깨끗한 우전안타를 만들어 냈다. 바깥쪽 공으로 승부를 거는 투수들에게 ‘바깥쪽 공은 더 이상 이승엽의 약점이 아니다’라고 증명할 만한 안타였다.
- 4회 초 이병규 두 번째 타석
장첸민을 맞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지난 타석과 마찬가지로 끈질긴 승부를 가져가며 72개의 공을 던진 선발 장첸민을 압박했다.
4번 우즈가 루킹삼진으로 물러나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들어선 이병규는 140km의 초구를 그대로 흘려보낸 뒤 몸쪽으로 파고드는 두 번째 직구를 쳤지만 파울에 그치고 말았다. 볼카운트가 몰린 이병규는 바깥쪽 높은 직구와 유인구인 포크볼을 잘 참아낸 뒤 노리고 있던 5구째 바깥쪽 직구를 쳐냈다. 그러나 역시 파울. 바깥쪽 직구로 들어 온 다음 공 역시 파울이었다.
직구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온 이병규의 노림수를 알아 챈 요미우리 배터리는 결국 115km짜리 느린 바깥쪽 높은 커브로 범타를 유도해내는 데 성공했다. 여섯 번째 공이었던 140km직구에 비해 25km나 느린 커브에 이병규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그러나 장첸민은 4회 초 4번 우즈에게 공 5개 삼진, 6번 나카무라 노리히로를 공 2개에 중견수 플라이로 요리했지만 이병규에게만 8개의 공을 던져야만 했다.
- 5회 말 이승엽 세 번째 타석
약점으로 부각되었던 이승엽의 바깥쪽 코스를 공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안타를 얻어맞은 주니치 선발 야마모토는 세 번째 타석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4회 말 니오카에게 역전 솔로홈런, 5회 말 오가사와라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흔들리고 있던 야마모토. 그리고 1사 주자 2루에 오가사와라를 두고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공 86개를 던진 야마모토는 이승엽을 적절히 상대하지 못했다.
야마모토는 이승엽에게 모두 싱커를 던졌다. 큰 것을 맞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싱커를 계속해서 구사했지만 이승엽은 거의 같은 구속에 같은 구질을 4개씩이나 던지는 상대에게 당할 정도로 만만한 타자가 아니었다. 3구 몸쪽 약간 높은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지켜 본 이승엽은 4번째 싱커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가차없이 배트를 휘둘러 라이너로 뻗어나가는 우전안타를 만들어 오가사와라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5-2로 도망가며 실질적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 타점이었다.
이후 이승엽은 아베의 2타점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와 득점까지 기록했다.
- 6회 초 이병규 세 번째 타석
2사 주자 3루 타점 찬스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아쉽게도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7-2로 점수차를 벌린 다음회 볼넷 2개를 내주며 무사 1, 2루에 몰린 장첸민은 시즌이 시작한 뒤로 아직까지 1개의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4번 우즈를 병살타로 엮어내며 2사를 만들었다.
이미 103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한계 투구수에 가까워져 온 장첸민을 상대로 이전 타석에서 보여 준 이병규의 끈질김이 다시 한 번 발휘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게 했지만, 2구째 높은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가며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가며 다소 성급한 모습을 보였다.
- 6회 말 이승엽 네 번째 타석
7-2로 앞서나가며 2사 주자 없는 상황의 6회 말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 이미 3개의 안타를 쳐 내며 완전히 살아난 이승엽에게 홈런 한 방을 기대해도 될 법한 타석이었다.
이승엽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바뀐 투수 다카하시를 상대로 적극적인 배팅에 나섰다. 1구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와 몸쪽 직구를 참아 낸 이승엽은 3번째 공인 직구가 바로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되자 바로 배트를 휘둘렀지만 파울에 그쳤다. 다시 4번째 공인 직구가 몸쪽으로 파고들자 이승엽은 힘껏 당겨쳤다. 그러나 약간 빗맞으며 타구가 뻗지 못하고 타구는 이병규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9회 초 이병규 네 번째 타석
이미 승부의 추가 요미우리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1루 땅볼로 물러났다.
바뀐 우완투수 사나다 히로키를 맞이한 이병규는 몸쪽으로 형성된 슬라이더를 당겨 쳤지만 공은 이승엽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요미우리 배터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변화구로 승부를 거는 투구 패턴으로 이병규를 상대했다.
- 이승엽 맹타, 완전히 살아났다
3일 한국인 타자 맞대결로 국내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경기는 오가사와라, 니오카의 홈런포와 이승엽, 아베 등의 적시타 등 장단 10안타를 터뜨린 요미우리가 모리노의 투런홈런에 그친 주니치에 7-2로 승리했다. 이로써 주니치는 3연승 마감과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3승 1패를 기록, 요미우리에게 센트럴리그 공동 1위를 허용하게 됐다.
또한 이승엽은 4타수 3안타를 기록, 타율을 끌어올리며 야쿠르트와의 개막 3연전 경기서 불거진 슬럼프 논란을 잠재우고 올 시즌 순항을 예고했다. 특히 바깥쪽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이승엽의 올 시즌 ‘공략 포인트’로 점찍었던 투수들의 머릿속을 다시 복잡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첫 타석부터 2루타를 기록하며 올 시즌 첫 번째 멀티히트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했던 이병규였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직구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 온 이병규를 상대로 일본 투수들이 변화구로 공략하는 모습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끈질기게 상대 투수들의 공을 커트해 내며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큰 장점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 두 한국인 타자는 4일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대 주니치 3연전 중 두 번째 경기로 다시 한 번 타격 대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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