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태평양 스트라이크존, 오히려 한국이 수혜?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7.03.07 13:10  수정 2017.03.07 13:11

KBO리그 타고투저 거품 얼마나 심한지 드러나

불안한 제구에도 볼 판정 유리하게 작용해

WBC에서의 넓은 스트라이크존 수혜는 오히려 한국이 입었다는 평가다. ⓒ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스라엘에 패하며 2라운드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1라운드 A조 첫 경기서 이스라엘에 연장 접전 끝에 1-2 패했다.

이로써 첫 경기서 1패를 떠안은 한국은 남은 일정 부담을 갖게 됐다. 7일 열리는 네덜란드전에서 패한다면 사실상 탈락으로 가닥이 잡히고, 승리하더라도 다른 팀들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패인은 역시나 투수들의 볼넷 남발과 찬스서 터지지 않은 방망이였다. 그러면서 최근 KBO리그에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이 얼마나 거품인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KBO리그 팬들이라면 이날 구심을 봤던 브라이언 나이트의 드넓은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생소했을 수도 있다. 일명 ‘태평양 스트라이크존’이다.

실제로 나이트 주심은 KBO리그에 비해 확실히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유지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스트라이크존이 아니라면 이는 심판의 고유권한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양 팀 모두에 똑같은 판정을 내려야 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구심은 경기 내내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썼다. 특히 높은 볼에 후한 판정을 내렸는데 제구력이 뛰어난 이스라엘의 선발 제이슨 마키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KBO리그에서 가장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김태균이 두 번이나 삼진을 당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실 KBO리그 타자들은 지난 몇 년간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해져있었다. 리그였으면 볼로 판정될 구질이 스트라이크로 꽂히니 애를 먹는 건 당연했다. 타자들이 7개와 안타와 6개를 사사구를 얻어냈음에도 고작 1득점에 그친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투수들은 어땠을까. 오히려 수혜를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8명의 투수들 중 스트라이크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위력적인 볼을 뿌린 유일한 투수는 메이저리그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을 제외하면 선발 장원준부터 결승 득점을 헌납한 임창용까지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넓은 스트라이크존은 한국 투수들에게 유리했다는 평가다. 이날 한국은 볼넷 남발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때마다 살짝 걸치는 볼로 10개의 탈삼진을 합작했다. KBO리그였으면 볼로 판정됐을 투구가 상당했다.

이스라엘전 1경기만으로 리그의 타고투저가 얼마나 거품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더불어 수준 낮아진 한국 야구의 민낯도 함께 드러나 안방에서 최초 열리는 WBC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망신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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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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