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30)은 KBO리그 특급 선수로 분류되면서도 해외 진출을 택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최정은 지난 2015년 FA 자격을 획득한 뒤 미국 또는 일본 진출이 점쳐졌지만 국내 잔류를 선택했고, 당시 최고액이었던 4년간 86억 원에 SK의 레전드가 되기로 결심했다.
FA 1년차에는 크게 부진하며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40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르는 등 값어치를 충분히 해냈다는 평가다.
최정 최대 무기는 다름 아닌 나이다. 1987년 2월하고도 28일생인 최정은 동년배들 중 그야말로 문 닫고 학교에 들어간 케이스다. 원정 룸메이트인 동료 김성현은 최정보다 열흘 늦게 태어났지만 엄연히 1년 후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프로 2년 차부터 주전으로 기용되기 시작한 최정은 무려 28세의 나이에 첫 FA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될 2019년에도 32세에 불과하다. KIA로 이적한 최형우가 34세에 사상 첫 100억 원의 포문을 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정의 몸값은 쉽게 점쳐지지 않는다.
즉, 40세까지 기량을 유지한다면 사상 첫 FA 자격 4회 획득이라는 놀라운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이가 바로 최정이다. KBO리그 역사상 3번의 FA 계약을 따낸 선수는 송진우와 조인성, 이진영, 정성훈 등 단 4명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최정이 써나갈 대기록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프로 12년 통산 타율 0.292 225홈런 798타점 125도루를 기록 중인 최정은 49.98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로 이 부문 역대 22위 및 현역 중에서는 6위에 올라있다.
29세까지의 나이로 범위로 좁히면 최정의 순위는 더욱 올라간다. 29세까지 누적 WAR에서 최정보다 높았던 선수는 이승엽(56.98), 장종훈(53.35), 홍현우(52.09) 등 단 4명이다.
KBO 29세까지 통산 WAR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그렇다면 타자 부문 역대 1위인 양준혁(87.22)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양준혁은 동시대에 활약한 스타플레이어들 가운데 해외 진출을 택하지 않으며 괴물급 성적을 쌓을 수 있었다.
물론 양준혁과 최정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대졸이었던 양준혁은 신인드래프트에서도 1년 늦게 지명돼 24세가 돼서야 프로 1년차를 맞았다. 18세에 데뷔한 최정보다 무려 6년이나 늦은 셈이다. 하지만 양준혁은 41세에 은퇴할 때까지 기복 없는 활약으로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자신의 이름을 맨 위에 올려놓은 레전드다.
일단 양준혁은 프로 6년차였던 29세까지 40.68의 누적 WAR를 기록했다. 최정보다는 약 9정도의 수치가 낮은 셈이다. 하지만 양준혁은 이후 12년간 46.54의 WAR를 더 쌓는다. 그야말로 롱런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최정과 직접적으로 비교 가능한 타자는 한화의 레전드 장종훈이다. 지난 1987년, 19세에 데뷔한 장종훈은 29세까지 타율 0.291 228홈런 764타점 100도루로 53.35의 WAR를 기록하며, 최정(타율 0.292 225홈런 798타점 125도루)과 아주 흡사한 성적을 냈다.
최정이 양준혁을 뛰어넘기 위한 최대 과제는 바로 롱런을 할 수 있는 철저한 몸 관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의 대부분은 30대 중반을 맞으며 노쇠화라는 최대 위기와 직면했고, 세월을 이겨내지 못해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많았다. 장종훈 역시 29세 이후 은퇴할 때까지 8년간 쌓은 WAR가 9.36에 그쳤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최정의 프로 생활 후반전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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