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도 긴 시간 기다려온 정찬성(30)이 ‘랭킹 9위’ 데니스 버뮤데즈(31·미국)와의 페더급 매치로 3년 6개월 만에 옥타곤에 오른다.
정찬성은 경기일정에 따라 5일(한국시각) 미국 휴스턴 도요타 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4’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SPOTV 중계)에서 레슬링을 앞세운 버뮤데즈와 충돌한다. 지난 2013년 8월 챔피언 조제 알도와 타이틀 매치를 치른 이후 3년여 만의 복귀전.
포기하지 않고 화끈한 타격전을 벌이는 경기 스타일로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까지 얻은 정찬성 복귀에 UFC는 “Zombie Returns”라는 문구를 메인 화면에 내걸며 환영하고 있다. 군 복무 등으로 인한 긴 공백기에도 UFC는 정찬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 랭킹 9위의 버뮤데즈와의 메인이벤트 매치를 잡았다.
화답하듯 정찬성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찬성은 지난 1일 UFC와의 인터뷰에서 “버뮤데즈는 터프한 파이터다. 레슬링이 매우 강해 누구에게든 어려운 상대”라면서도 “레슬링만 보면 버뮤데즈가 우위일 수 있지만 난 올라운드 파이터다. 화끈한 승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레슬러답게 그래플링이 매우 강한 버뮤데즈는 클레이 구이다 등을 연파하며 한때 7연승을 내달린 강자다. 번번이 타이틀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패했다. 정찬성 보다 높은 랭킹에 오른 적은 없지만 만만치 않은 강적임에 틀림없다.
정찬성이 버뮤데즈를 잡는다면 단숨에 랭킹 10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이후 상위 랭커를 한 번 더 누른다면, 최두호 못지않은 상품성을 인정받은 정찬성은 타이틀 매치로 달려갈 수 있다. 위대한 도전의 첫 걸음이자 건재를 알리기 위해 버뮤데즈는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그러나 정찬성의 먹잇감이 되어줄 호락호락한 선수가 아니다. “정찬성이 언더독”이라는 평가가 훨씬 많다. 버뮤데즈를 낚기 위해서는 상대의 초반 러시를 잘 이용해야 한다.
버뮤데즈는 레슬링의 강점을 믿고 저돌적으로 어프로치한다. 때로는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거칠게 달라붙어 태클을 시도하는데 매우 위협적이다. 알도급 테이크다운 방어능력이 아니라면 정찬성도 몇 차례 넘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몸을 숙이며 과감하게 파고 들어오는 이때가 기회다. 타격 디펜스에 약점이 있는 버뮤데즈에게 강력한 어퍼컷, 또는 니킥을 꽂아 넣을 틈이 생길 수 있다. 정찬성의 근성과 맷집도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버뮤데즈 역시 웬만한 공격들은 흡수해버린다. 하지만 정찬성의 카운터 능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필승 패턴이다.
UFC 정찬성 VS 호미닉. 수퍼액션 중계 캡처
신장과 리치의 우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정찬성은 신장 175cm·리치 185cm로 버뮤데즈(신장 168cm·리치 168cm)에 크게 앞선다. 적절한 사이드 스텝을 바탕으로 잽을 넣으며 버뮤데즈의 태클 리듬을 흔들수록 버뮤데즈는 원거리에서 더 무리한 태클 시도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리치에서 우위를 점한 정찬성에게는 유리하다.
버뮤데즈의 체력을 약점으로 지적하는 분석도 있지만 버뮤데즈는 상대의 타격 타이밍을 간파하고 어렵지 않게 태클에 성공, 탑포지션을 취하고 숨을 고르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두 가지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결국, 웅크리며 무모하게 달려들 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타격인 어퍼컷이나 플라잉 니킥을 꽂는다면 정찬성의 승리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희박하지만 달려들지 않고 스탠딩 싸움을 한다면 정찬성은 오히려 편하다. 리카르도 라마스, 제레미 스티븐슨에 패하며 주춤했던 버뮤데즈는 가와지리전에서는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을 버리고 승리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버뮤데즈가 달려들지 않으면 그의 위력은 그만큼 반감된다는 의미다.
정찬성 같은 강자에게는 더 달려들 수밖에 없다. 상대가 달려들 때, 지능적인 스텝과 강력한 타격으로 담판 짓는다는 호전적 자세야말로 정찬성이 승리와 상품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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