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가 귀화의지를 밝혔다고 '농구계가 나서서 마치 특별귀화를 서둘러야한다'는 식의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가 한국 귀화 의지를 재차 드러내 이목을 끌어당긴다.
라틀리프는 KBL에서만 어느덧 5시즌 째 활약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에서는 3시즌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이상민 감독의 삼성에서도 지난해 6강PO 진출에 이어 진출에 올해도 팀을 상위권으로 견인하고 있다.
처음 라틀리프의 ‘귀화 발언’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구단 관계자들도 진위를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최근 면담에서 라틀리프가 재차 진지하게 귀화 의사를 밝히면서 귀화 추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라틀리프가 농구 선수로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면 한국농구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라틀리프의 귀화 희망에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무대 출전 의지가 반영됐다.
라틀리프는 199cm의 신장으로 국제무대서 빅맨으로는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힘과 탄력이 워낙 좋고 스피드도 겸비해 아시아 무대에서는 어느 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팀플레이에 능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력도 이미 검증이 끝났다.
문제는 라틀리프의 귀화 방식과 시기다. 라틀리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일정한 절차와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최소한 한국에 만 5년 이상 거주한 뒤 귀화시험을 치러 통과해야 한다.
지름길인 특별귀화도 있다. 법무부 해외 우수인재 특별추천을 통해 심사를 거쳐 단기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제도다.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고 복수 국적도 인정된다. 농구계에서는 문태종(오리온), 문태영(삼성), 김한별(삼성생명) 등 여러 귀화혼혈선수들이 이 제도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특별귀화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졌다.
지난해 여자농구 KEB 하나은행에서 활약했던 첼시 리의 ‘국적 위조 사기극’이 결정타였다. 남자농구도 2014년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의 귀화를 추진하다가 사전에 규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법무부가 쉽게 동의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특별귀화제도가 몇몇 프로 선수들과 구단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커졌다. 선수 본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데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귀화를 추진한다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특별대우를 해가면서까지 편의를 봐줄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핑계로 귀화선수 영입의 필요성이 부각되어왔다. 최근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귀화선수 영입으로 자국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해왔고, 한국도 문태종-이승준 등 귀화선수들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NBA급 선수라고 할지라도 귀화선수 한 명으로 팀 전력 자체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라틀리프는 만 27세에 불과하다.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아서 귀화를 하더라도 앞으로 10년은 더 한국에서 충분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 한국 귀화에 대한 선수 본인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과정이다.
한국농구가 그동안 귀화선수가 없어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 오랫동안 나가지 못하며 침체기를 겪은 것은 아니다. 라틀리프가 귀화의지를 밝혔다고 '농구계가 나서서 마치 특별귀화를 서둘러야한다'는 식의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순리대로 가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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