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구혜선 "왜 희망과 행복을 강요하나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7.01.05 09:24  수정 2017.01.06 23:08

여섯 번째 전시회 '다크 옐로우' 개최

"인생의 아이러니 알리고 싶어"

배우 구혜선이 오는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여섯 번째 전시회 '다크 옐로우'를 개최한다.ⓒYG엔터테인먼트

여섯 번째 전시회 '다크 옐로우' 개최
"인생의 아이러니 알리고 싶어"


"저 전문적이지 않아요."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를 연 구혜선(32)이 스스로 몸을 낮춰 말했다. 구혜선은 5일부터 29일까지 약 한 달여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를 개최한다. 주제는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다.

이번이 여섯 번째 전시회다. 2009년 개인전 '탱고'를 시작으로, 2010년 단체전 디자인 코리아 '한남' 프로젝트, 2012년 개인전 '잔상', 2012년 단체전 아시아 컨템포러리, 2013년 개인전 홍콩 컨템포러리 '두 도시 이야기', 2013년 개인전 '잔상' 상해 문화원, 기획전 청주 공예비엔날레 '버터 이펙트'(BUTTER FLY EFFECT), 개인전 홍콩 '갤러리 바이 더 하버'(GALLERY BY THE HARBOUR) 등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번 전시회는 삼각형을 통해 질서와 균형을 얘기한다. 구혜선은 "가장 적은 선으로 만들 수 있는 모형이 삼각형"이라며 "인생의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도 결국 균형이 맞춰지는 게 삼각형의 질서와 비슷하다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크 옐로우'(어두운 노란색)를 주제로 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가장 꿈이 많았던 동심의 색(순수)인 노란색이 성인이 돼서 바라볼 때 '다크 옐로우'처럼 보였다"며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의 공포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구혜선이 오는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여섯 번째 전시회 '다크 옐로우'를 개최한다.ⓒYG엔터테인먼트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 자꾸만 꿈이 생기는 것'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꿈을 꿔야 한다고 배웠고, 꿈을 꾸는 게 당연하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꿈이 꾸는 게 무섭더라고요. 자꾸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데 그게 잘 안 될 것 같아 불안하고요. 반드시 꿈을 꿀 필요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절망이 있으면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절망이 온다는 인생의 이치가 그렇다.

희망과 행복을 꿈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희망과 행복을 강요하는 세상이 안 됐으면 해요. 희망과 행복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느끼는 거지 강요한다고 느끼는 게 아니거든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도 이런 부분을 말하고 싶어요. '희망이 있다', '당신을 행복해질 거야'라고 강조하고 싶지 않아요."

구혜선은 '선행 천사'로도 유명하다. 결혼식 비용을 소아 병동에 기부한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알려졌다"면서 "기부 소식이 알려지면서 내가 기부하는 마음이 진실인지 아닌지 생각하게 됐고, 자기 검열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이번 전시는 '위선' 없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본업인 구혜선은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응원하는 팬들도 있지만 '본업에 집중하라'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배우 구혜선이 오는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여섯 번째 전시회 '다크 옐로우'를 개최한다.ⓒYG엔터테인먼트

그는 "대중들의 다양한 반응은 어쩔 수 없다"면서 "내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 또한 다른 분들이 어떤 분야에서 일할 때 다양한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활동한 분야 중 구혜선에게 꼭 맞는 분야가 있는지 궁금했다.

"영화는 많은 사람과 협업하는 분야이고, 음악과 미술은 저 혼자 하는 작업이에요. 완전히 다르죠. 스스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고 판단했는데 혼자 일해보니깐 이것도 잘 맞아요. 자신을 하나의 틀 안에 넣어 규정짓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어요."

특히 그림은 리스크가 큰 영화보다는 위험 부담이 덜 한 작업이다.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혼자 해낼 수 있는 작업이 그림이었단다.

"영화는 돈이 많이 드니깐 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호호. 그런데 그림은 열린 마음으로 응원해주셨어요. 특히 영화는 개봉하면 흥행 여부와 순위에 따라서 고통스러웠는데 그림은 경쟁이 아니라서 좋았어요.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창작의 고통은 있지만 에너지를 쏟아붓고 그림을 그리고 나면 또 에너지를 얻어서 건강해져요(웃음)."

배우 구혜선이 오는 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여섯 번째 전시회 '다크 옐로우'를 개최한다.ⓒ데일리안 DB

구혜선은 또 "깊이 있고 심오한 생각으로만 그림을 그리진 않는다"며 "요즘엔 도형이나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고 미소 지었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에는 "예전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는데 요즘은 자연에서 많은 감정을 느낀다"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의 포인트에 대해선 "관람객들이 어떤 생각으로 전시회에 오는지 궁금하다"면서 "관람객들이 내 작품을 통해 공감했으면 한다"고 했다.

구혜선은 KBS2 드라마 '블러드'를 통해 인연을 맺은 후배 안재현과 지난해 5월 결혼했다. 두 사람은 나영석 PD의 새 예능 '신혼일기'를 통해 달콤한 신혼 생활을 보여줄 계획이다.

"남편과는 아이처럼 유치하게 지내요. 호호. 결혼 전에는 대중의 관심을 기대하기도 하고 누구한테 내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게 낯설었어요. 결혼 후에는 한 인간으로서 독립한 기분이 들어요. 남편과 같이 늙어가는 부분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죠. 결혼 생활이 마냥 아름다운 판타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전시회 준비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만들어 가고 싶은 인생이 있어요. 남이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보다 제가 직접 나서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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