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20일 양현종과 계약 기간 1년에 계약금 7억 5000만 원+연봉 15억 원 등 총 22억 5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많은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길 수밖에 없는 계약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솥밥을 먹게 된 최형우가 역대 최초로 100억 원 계약을 따낸 상황에서 같은 특급이면서 나이가 어린 양현종의 몸값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현종은 이미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로부터 2년간 최대 6억 엔(약 70억 원)을 제시받은 상황이었다. 이를 뿌리치고 원소속팀에 잔류했지만, 기간은 물론 계약 액수 모두 예상치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단 KIA 구단은 1년 뒤 조건 없는 방출로 양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양현종 입장에서는 1년 뒤 다시 한 번 해외진출을 모색하거나 KBO리그 내 타 구단 이적이 가능한 옵션을 제공받았다.
그렇다면 양현종은 2017시즌이 끝난 뒤 진정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절반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투수들을 살펴보면 ‘글쎄’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게 사실이지만, 나이를 고려했을 때 전성기에 이제 막 진입했기 때문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투수들의 WAR 합산은 26세에 93.83을 기록한 뒤 27세 111.77, 28세 149.71, 29세 158.97, 그리고 30세에 172.66으로 최고치를 찍는다. 이후 31세에 136.40, 32세에는 96.19로 하락세에 접어든다. 즉 투수는 27세부터 31세까지가 전성기라는 뜻이다.
양현종은 계약 1년 차인 내년 시즌 29세가 돼 한창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내년 시즌 후 진로를 다시 모색한다는 양현종의 자신감이 근거 있는 이유다.
다른 시각도 있다. 바로 대형 FA 계약 후 부진에 빠지는, 일명 ‘먹튀’ 발생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40억 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맺은 투수는 모두 11명이다. 2007년 박명환이 LG로 이적하며 4년간 40억 원의 잭팟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이번 겨울에는 차우찬이 투수 역대 최고액(4년 95억 원)을 경신했다.
FA 계약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의 통산 성적보다는 최근 3년간의 기록을 중시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데뷔 초반 리그를 호령했던 투수보다, 자격 획득 직전 3년간 성적이 좋았던 선수가 보다 높은 금액을 따낸 경우가 허다하다.
40억 원 이상 계약한 투수 FA들의 직전 3년 성적 및 1년 차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올 시즌 계약한 4명(차우찬, 김광현, 우규민, 양현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의 인생역전 투수들 대부분은 직전 3년에 비해 계약 1년 차에 기록이 떨어졌다.
유일하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가 상승한 투수는 장원삼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직전 3년간 다른 투수들에 비해 크게 낮은 연평균 2.50의 WAR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원삼은 1년 차에 WAR가 2.66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규정 이닝조차 채우지 못해 성공적인 시즌이라 할 수 없다.
거액 FA 투수들의 성적 하락 사례가 양현종에게도 적용된다면 해외이적은 언감생심이 될 가능성이 크며 타 팀 이적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문으로 무성한 이면계약이 없다면, KIA와의 협상도 여의치 않을 것이 바로 양현종의 1년 계약서다.
양현종은 지난 3년간 무려 6.27의 연평균 WAR를 기록했다. 당연히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이제 양현종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15승 및 180이닝 이상 기록해주는 투수로 크게 높아졌다. 계약 1년 차인 내년 시즌, 이정도의 성적만 찍어도 성공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과연 양현종은 1년 뒤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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