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의 모비스 ‘양동근 없이도 잘해요’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11.23 10:53  수정 2016.11.23 10:55
부상 탓에 벤치에서 경기 지켜보고 있는 양동근. ⓒ KBL

11월 들어 5승 2패로 완연한 상승세 모드
최다 연패 기록 엄살에도 단독 6위까지 올라와


울산 모비스가 ‘양동근 없는 농구’에 적응해가고 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모비스는 개막 4연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시즌 개막전부터 팀의 기둥이자 정신적 지주이던 포인트 가드 양동근이 왼쪽 손목 골절로 시즌 아웃됐고, 대형 신인으로 꼽히던 이종현도 발등 피로골절도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 역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만수’ 유재학 감독은 1998-99시즌 동양(현 고양 오리온)이 세웠던 프로농구 최다 불명예 기록인 32연패를 깰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의 우려는 역시 엄살이었다. 11월 들어 모비스는 5승 2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일 원주 동부전 1점차 역전승을 기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가 살아난 모비스는 22일에는 부산 KT를 올 시즌 최다득점-최다점수차인 95-55로 대파하며 단독 6위(5승 6패)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각성이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시즌 초반 애물단지로 꼽히던 찰스 로드는 최근 모비스의 팀 플레이에 녹아들며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KT전에서는 자신의 KBL 한 경기 최다득점인 43점을 몰아넣고, 리바운드도 16개나 잡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형적인 ‘기분파’ 로드는 흥이 나서 경기할 때 효율성도 높아지는 선수다.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중장거리 슈팅의 감각까지 살아나며 부상병동에 시달리던 KT의 페인트존을 맹폭했다. KT의 빅맨 허버트 힐의 컨디션이 유난히 저조했던 것도 로드의 폭주를 막지 못한 이유다.

밀러의 일시 대체선수인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유재학 감독은 사실 데려올 선수가 마땅치 않아서 선택했다고 고백할 만큼 블레이클리에 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었다.

막상 뚜껑을 열자 15.3점 9.2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기록,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KBL 적응이 더뎠던 밀러(4경기 13.2점, 5.0리바운드, 2.2어시스트)보다도 뛰어난 기록이다. 이에 유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는 4쿼터 승부처에 로드 대신 블레이클리를 기용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블레이클리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일각에서는 차라리 밀러보다 블레이클리를 계속 데려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완전교체를 선택하지 않으면 블레이클리와의 계약은 이번주로 만료된다. 유재학 감독은 밀러의 회복 정도와 블레이클리의 활약을 감안해 최종 교체 여부를 고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비스는 양동근 없이도 이기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실제 모비스는 지난 10여년 가까이 양동근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비록 조직력이나 경기운영에서 아직 양동근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장면도 많지만 모비스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위기가 곧 또 다른 기회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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