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넥센 대표, 불구속 기소 등으로 악재 신임감독 선임, 외국인 선수 구성 등 과제 산더미
‘염갈량’ 염경엽 감독이 넥센 히어로즈를 떠났다.
지난 17일 LG 트윈스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역전패를 당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직후 염경엽 감독은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악조건 속에서도 넥센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명장의 퇴장은 쓸쓸했다. 하지만 감독 재임 4년 동안 능력이 검증된 염경엽 감독의 향후 행보는 야구팬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이에 못지않게 궁금한 것은 넥센의 미래다. 염경엽 감독은 1년 정도는 현장을 떠나 휴식과 공부를 병행할 수도 있으나 넥센의 야구는 2017시즌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당장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미 검찰로부터 사기, 횡령,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창단 초기 야구단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팀 성적을 일궈내 ‘빌리 장석’이라 불렸던 그의 이미지는 이번 사태로 인해 크게 실추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 넥센 구단의 미래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신임 감독 선임을 실추된 자신의 이미지를 전환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즉, 넥센의 새로운 감독은 감독 경력이 풍부한 인사보다는 초보 감독이나 외국인 감독 등 세간의 화제가 될 만한 인물이 선택될 것으로 예상한다.
18일에는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넥센 감독 부임설이 흘러나왔지만 넥센 구단이 공식 부인했다. 2012년 10월 염경엽 코치가 면접을 통해 감독으로 선임된 것처럼 내부 인사가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신임 감독이 이장석 대표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도 변수다.
이 대표는 염경엽 감독에게 승용차를 선물할 정도로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원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수단 운영 방식을 두고 발생한 갈등이 염경엽 감독의 사퇴로 귀결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임 감독 또한 전문 야구인 출신이 아닌 이장석 대표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젊은 유망주들의 육성에 능력을 입증한 넥센 코칭스태프의 잔류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10개 구단 체제가 정착한 KBO리그에서 능력 있는 코치의 숫자는 한정돼 있다.
이미 4개 구단에서 기존 감독이 팀을 떠난 만큼 코치들의 대대적인 이동을 예상한다. 넥센이 소속 코치들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 아울러 지난 1년 간 2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거취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실상 막이 오른 스토브리그에는 대어급 FA들이 시장에 나오지만 넥센이 외부서 영입해 전력을 보강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년간과 달리 넥센은 이제 주축 선수의 유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재활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한현희와 조상우의 내년 복귀도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는 밴헤켄을 제외하면 만족스럽지 않았다. 0.295의 타율 16홈런 70타점 0.893 OPS를 기록한 대니 돈은 타 팀 외국인 타자와 비교하면 평균 수준이었다.
지난 6월말 영입돼 6승 3패 5.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맥그레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염경엽 감독은 맥그레거를 내년까지 바라보는 ‘육성형 외국인투수’로 평가했지만 이제 떠난 만큼 재계약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넥센의 입장에서는 주 수입원인 관중 동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팀 성적이 하락할 경우 관중 동원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고척돔이 개장 첫 해인 올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고 유일한 돔구장으로서 장점을 알렸지만 2년차에 접어드는 내년에는 ‘신 구장 효과’가 덜할 가능성이 크다.
투타 주요 전력이 이탈한 상태에서 일구어낸 올 시즌 넥센의 선전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구단주의 법정다툼과 염경엽 감독의 사퇴라는 새로운 위기가 이제 그들을 찾아왔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낸 넥센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강팀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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