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는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193.7점으로 1위에 오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본선 1위(567점)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한 진종오는 6.6점을 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침착하게 한 발 한 발을 쏘며 끝내 정상에 등극했다. 오히려 올림픽 신기록이라는 덤까지 챙겼다.
2008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과 10m공기권총 은메달, 2012 런던올림픽 10m 공기권총 금메달과 50m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진종오는 이날의 금메달로 올림픽 개인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부터 올림픽 4회 연속 메달 획득이다.
태권도 황경선, 쇼트트랙 김기훈-전이경,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가 개인종목 2연패를 이뤘지만, 진종오처럼 올림픽 3연패에 도달한 한국 선수는 없었다. 진종오는 올림픽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김수녕(금4/은1/동1)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의 금메달은 순탄하지 않았다. 탈락 위기까지 몰렸던 진종오다.
진종오는 첫 번째 시리즈에서 28.0점을 쏘며 4위로 출발했지만, 4시리즈 9발째에서 6.6점을 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선 최저 점수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현지에서는 “치명적 실수다”며 사실상 금메달 기대를 접는 분위기였다. 늦은 시각 지켜보던 팬들도 솔직히 그랬다. 오히려 바뀐 방식(서바이벌)에 따라 탈락의 위기까지 내몰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진종오였다. 9.6을 쏘며 탈락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안정을 찾아갔다. 5시리즈부터는 진종오다운 사격이 시작됐다. 5시리즈 10.4점, 10.3점을 쏴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6시리즈까지 마친 상황에서 중국 선수들은 탈락했고, 한승우(한국) 김성국(북한), 그리고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호앙 쑤안 빈(베트남)만이 남았다. 6시리즈와 7시리즈에서 모두 20.5점을 쏘며 뒷심을 보인 진종오는 2위까지 올라섰고, 8시리즈에서 10.4점, 10.2점을 쏘며 김성국을 끌어내리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결선 18번째 슛까지 2위를 유지하던 진종오는 19번째 슛에서 10.9을 기록하며 184.4로 0.3점차 1위로 올라선 후 마지막 20번째 슛에서 9.3점을 쏘며 세계 사격 역사를 새로 썼다. 6.6점을 쏘며 벼랑 끝까지 몰렸던 진종오의 대역전극이다. 10일 펜싱 박상영의 대역전 금메달을 연상시키는 순간이었다.
진종오는 지난 7일 열린 10m 공기권총 본선 2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선에서 5위에 그쳐 스스로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너무나도 큰 기대가 부담도 됐다. 경기 후에도 “죄송하다”는 짧은 멘트만 남기고 쓸쓸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의 뒷모습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하지만 기어코 해냈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들어 올리는 특유의 세리머니와 함께 웃음을 되찾았다. 보는 이들이 오히려 ‘죄송’했다. 6.6점을 쏘고 그대로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올림픽 3연패’ 진종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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