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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봉사는 배움, 네팔 도서관 천개 건립 목표"


입력 2016.07.13 09:33 수정 2016.07.17 07:59        부수정 기자

영화 '트릭'서 다큐멘터리 PD 석진 역 맡아

"작품 속 현실은 대한민국 사회와 맞닿아"

배우 이정진이 영화 '트릭'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이정진이 영화 '트릭'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봉사활동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 제 스케줄 모두 소화하고, 여유가 생기면 합니다."

이정진(38)에게 몇 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는 해외 봉사활동을 언급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나왔다. 배우는 솔직했다. "저 수입차 타고 명품 좋아해요. 사실 봉사활동보다 제 일이 먼저입니다. 봉사활동을 한다고 막 떠들고 다니고 싶지 않아요.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해외 가서 '놀다' 오는 것뿐입니다. 봉사활동은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봉사를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이정진은 2011년 네팔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네팔과 케냐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개인전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네팔 현지 도서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네팔에 도서관 27개를 지었다. 1000개를 세우는 게 목표란다.

배우 이정진은 영화 '트릭' 속 조작 다큐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를 보여준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이정진은 영화 '트릭' 속 조작 다큐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를 보여준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정진을 만났다.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13일 개봉)으로 '피에타'(2012)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정진은 극 중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PD 석진 역을 맡았다.

'트릭'은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이정진)과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의 아내 영애(강예원)가 명예와 돈을 위해 도준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담았다. 방송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악마의 편집'을 다룬 이 영화는 막판 극적 반전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석진은 자극적인 방송을 위해 악마의 편집은 물론, 폭행사주, 불법 도청, 무단 촬영까지 불사한다. 이정진은 캐릭터에 대해 "석진은 자기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추진력 있는 사람"이라며 "석진이가 '나쁜 놈'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를 버리고 연기했다"고 했다.

"'트릭' 속에 나온 현실은 방송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 상황입니다. 석진은 사회 구성원이고요. 박수받고, 인정받고, 승진한 석진이가 괴물이 되는 모습은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해요. 누군가는 성공이 보장되는 석진이와 일하고 싶지 않을까요?"

이정진의 말마따나 어떤 사건이 갑자기 화제가 되면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른 사건을 덮으려고, 터트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이정진은 "은폐되고, 잘못된 것들을 경험했다"며 "대중의 구미를 당길 만한 것들을 찾는 방송계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영화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화 '트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정진은 "네팔 도서관 천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트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정진은 "네팔 도서관 천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어 보였다. 말도 주저 없이, 거침없이 술술 풀어놨다.

"사회 문제요? 관심 없어요. 하하. 다만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 느껴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을 하면 뭐해요. 정작 우리가 쓰는 건 대기업 제품이잖아요. 석진이에게도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석진의 위치를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요? 좀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트릭'에서 다룬 조작 다큐멘터리는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 해외 유력 언론에서 찍은 동물 다큐멘터리가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조작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대중은 '좋아요'를 누르며 열광했다. "타인이 좋아하는 것에 주목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배우는 말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작품도 마찬가지죠. 제작사, 연출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재미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음식점도 손님들이 좋아하는 맛을 추구하죠. 치열한 경쟁 때문에 그렇죠. 석진이 같은 괴물이 나온 것도 이런 현상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실제 다큐멘터리 PD라면 어떤 작품을 찍고 싶으냐고 묻자 "그럴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올해 연달아 영화 세 편을 선보이는 그는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웃었다. 이정진은 올 초 대형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나와 1인 기획사 엔터스테이션을 설립했다. 회사 얘기를 묻자 이정진은 눈을 반짝이며 회사 비전을 전했다.

'트릭'은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이정진)과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의 아내 영애(강예원)가 명예와 돈을 위해 도준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담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트릭'은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이정진)과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의 아내 영애(강예원)가 명예와 돈을 위해 도준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담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무작정 1인 기획사를 세운 건 아니다. '망하지 않고 코스닥 상장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20년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보니 큰 회사들만 살아남았더라고요.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연예인과 소속사의 소송은 다 '돈' 때문입니다. 전 다른 그림을 생각하며 기획사를 세웠죠."

일단 돈이 나오게 하는 그림을 그렸단다. 소속 연예인들이 일을 안 하더라도 회사 자체에서 매출이 나오는 구조를 만들었다. 브런치 카페, 물티슈 사업 등도 하고, 해외 파트너 회사엔 지분 투자도 했다. 최종 목표는 업계 1위다.

"2등을 바라고 달리는 운동선수는 없을 거예요. 다들 금메달, 1등을 보고 있지요. 안 좋은 상황을 봤기 때문에 동료 배우들 돈에 손대기 싫어요. 시대가 변했잖아요. 트렌드에 맞게 사업 구상을 했습니다. 배우도 영입할 거고요."

이정진은 시트콤 '연인들'(2001), '백수탈출'(2003), '말죽거리 잔혹사'(2004), '마파도'(2005), '9회말 2아웃'(2007), '해결사'(2010), '도망자 Plan.B'(2010), '피에타'(2012), '유혹'(2014)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일만 열심히 한다"는 그는 "결혼 생각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연애는 잘 안 돼요. 간혹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과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10년 전 저랑 한 여배우가 사귄다는 찌라시를 본 적 있어요. 그 여배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배우 이정진이 영화 '트릭'에서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PD 석진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우 이정진이 영화 '트릭'에서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PD 석진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정진은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걸그룹 트와이스 쯔위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됐다. 영화 홍보 인터뷰에서 한 쯔위 얘기는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관련 기사는 조회수 192만뷰를 넘었단다. "영화 스코어도 이 정도는 안 될 것 같아요. 하하. 영화에 쯔위는 안 나온답니다."

해외 봉사활동엔 사비를 들여 참여한다. '나 봉사활동 하러 가'라고 떠들지 않고, '놀러 갑시다!'라고 얘기한단다. "편한 마음으로 가서 많은 걸 배워요. 남들보다 좀 활동적이에요. 역마살인가? 바쁘게 돌아다녀요(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웠느냐고 물었다. "고마움이요. 주변 사람들과 한국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껴요. 제가 봉사현장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요? 통장 잔액? 스마트폰을 쓴다는 정도죠. 그들이 볼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격양된 사람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을 보면 스트레스도 없어 보이고 편해 보여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걸까 고민하게 됩니다."

예능에서 이정진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도 많다. 2009년 KBS2 '남자의 자격'에서 '비덩'(비주얼 덩어리)으로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바 있다. "예능 들어오면 또 하고 싶어요. 근데 왜 안 들어오지? 하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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