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득점권 상황에 특별히 강한 선수가 따로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소위 ‘클러치 히터’의 존재를 긍정한다. 반대로 말하면 득점권에 유독 취약한 선수도 존재한다. 둘째, 득점권 상황을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도 있다. 득점권 타율은 결국 타자의 타율에 수렴하기 때문에 득점권 기회에만 유난히 강하거나 약한 타자는 없다는 시각이다.
12일 현재 리그 타율 1위는 최형우(삼성)로 0.357이다. 하지만 그의 득점권 타율은 0.295로 처진다. 규정 타석을 채운 62명의 타자 중 42위에 불과하다. FA를 앞두고 있는 최형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리그 정상급 타자이지만 득점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렇다면 최형우는 생산력이 떨어지는 타자일까. 그렇지 않다. 최형우는 75타점으로 타점 1위에 올라있다. 19개의 홈런으로 공동 5위, 장타율이 0.636로 3위인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최형우는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떨어지지만 장타력(득점권 OPS 0.939)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1위는 0.455의 NC 박민우다. 그의 시즌 타율은 0.326로 21위를 기록 중이다. 박민우는 득점권에서 강해지는 타자로 최형우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박민우는 31타점으로 이 부문 57위에 머물고 있다. 그가 타점이 적은 이유는 중심 타선이 아닌 테이블 세터로 기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득점권에서 가장 약한 타자는 SK 최정으로 0.129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는 LG 이병규(등번호 7번)가 0.175로 저조하다. 리그에서 득점권 타율이 1할 대인 타자는 둘뿐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최정과 이병규는 중심 타선에서 중용되었지만 최근 하위 타선으로 밀려났다. 시즌 타율은 최정이 0.261, 이병규가 0.281임을 감안해도 이들의 득점권 타율은 유난히 저조하다.
2016시즌 팀 타율 및 득점권 타율 (출처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팀 득점권 타율도 흥미로운 양상을 보인다. 팀 타율 1위는 0.300의 두산 베어스다. 타자 개인의 타율이 3할이라도 훌륭한데 팀 타율이 3할이니 선두를 독주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득점권 팀 타율 1위는 0.322의 NC 다이노스다. 팀 타율 0.292보다 월등히 높다. 기회를 포착하면 보다 집중하는 NC의 힘이 느껴진다. 그에 비해 두산의 득점권 팀 타율은 0.303로 시즌 타율보다 약간 높으며 리그 3위다.
SK 와이번스의 팀 타율은 0.289로 6위, 득점권 타율은 그보다 낮은 0.275로 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SK 타선은 전혀 만만히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팀 홈런 1위(106개)에 올라 언제 대포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팀 홈런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인 팀은 SK가 유일하다. SK는 9일 문학 kt 위즈전에서 역대 최고인 21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최형우와 마찬가지로 SK는 장타력으로 저조한 득점권 타율을 극복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최하위는 0.271의 LG 트윈스다. 리그 7위의 팀 타율(0.285)보다 초라하다. 득점권 기회가 돌아오면 타석에서 집단적으로 쪼그라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잔루 양산 및 득점력 저하는 어느덧 LG의 필패 공식이 됐다. 여기에 LG를 떠난 거포들이 성공하는 현상과 맞물려 타자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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