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11호 홈런…기량 미달 지명타자?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6.09 15:43  수정 2016.06.11 07:27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서 시즌 11호 홈런

지명타자들과 비교할 경우 리그 4위 수준 활약

박병호는 지명타자로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 게티이미지

미네소타 박병호가 다시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시각)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홈런 1개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의 7-5 승리에 일조했다.

이날 박병호는 팀이 4-5로 뒤진 6회말 세 번째 타석에 등장해 상대 선발 첸웨인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타구를 왼쪽 관중석 2층에 꽂아 넣었다. 비거리가 134m나 될 정도의 대형 홈런이었다.

박병호의 홈런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팀 분위기가 자칫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초반 먼저 4점을 뽑은 미네소타는 5회초 수비 때 선발 놀라스코가 무너지며 대거 4실점했다. 이어 6회초에도 다시 1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미네소타는 곧바로 이어진 7회말, 2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박병호의 장타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한 달간 6홈런을 몰아친 박병호는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빠른 볼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드러나자 상대 배터리로부터 집요하게 공략을 당했고, 그 결과 5월 중순 이후부터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자 잘 가동되던 홈런포도 중단됐다. 지난달 14일 9호 홈런을 기록한 뒤 약 20일 넘게 대포를 장전하지 못한 박병호는 지난 6일 두 자리 수 홈런 고지를 밟는데 성공했고, 다시 2경기 만에 홈런 개수를 11개로 늘렸다.

아직까지 부진을 완벽히 떨쳤다고 말할 수 없지만, 박병호의 타격감은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다. 한때 0.211까지 떨어졌던 타율은 조금씩 안타를 추가하며 0.220까지 끌어올렸고, 약점 극복을 위해 볼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보다 보니 볼넷의 개수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그렇다면 박병호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수준 미달의 지명타자일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지명타자들 가운데 활약상이 가장 뛰어난 타자는 보스턴의 데이빗 오티즈다. 오티즈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타율 0.338 16홈런 55타점 2.9WAR(EPSN 기준)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오티즈에 이어 이대호의 팀 동료 넬슨 크루즈(타율 0.288 15홈런 43타점 2.3WAR)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며, 디트로이트의 빅터 마르티네즈(타율 0.341 9홈런 34타점 1.4WAR), 박병호(0.7WAR)가 뒤를 잇고 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만 놓고 보면 네 번째로 뛰어난 지명타자가 박병호라는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박병호보다 부진한 활약을 펼치는 지명타자 중 상당수가 초고액 연봉자라는 점이다. LA 에인절스의 앨버트 푸홀스(0.2 WAR)와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0.2 WAR), 텍사스의 프린스 필더(-1.3 WAR)는 계약 총액 2억 달러 이상을 이끌어낸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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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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