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 시즌 양현종은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LG 트윈스전까지 11경기 1승6패, 평균자책점 3.98이다. 이닝 소화능력(72.2이닝)과 퀄리티스타트(8회)를 제외하면 에이스 투수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즌 초반에는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2년간 31승을 거뒀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빈약한 타선 지원으로 고전, 7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한화전(7이닝 무실점)에서 최고의 피칭으로 마침내 고대하던 첫 승을 달성했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이후 양현종은 3경기에서 2패만을 더 추가하며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등판에서의 투구내용이다. 19일 두산전에서 4.2이닝 7실점, 25일 삼성전 6이닝 6실점(5자책), 31일 LG전에서도 6이닝 5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최근 3경기만 놓고 보면 평균자책점 7.02, 피안타율도 0.324에 이른다. LG전처럼 수비 실수로 자책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경기에서도 피안타가 10개다. 에이스급 선발투수에는 금기나 다름없는 ‘아군의 득점 직후 실점’ 장면도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 양현종은 상대 타자를 윽박지를만한 구위도,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도 보여주지 못했다. 거듭된 불운으로 사기가 꺾인 것을 감안해도 양현종급 투수라면 변명이 되지 않는다. 윤석민마저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할 양현종이 흔들린다면 KIA의 반등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불운에 양현종을 동정하던 여론도 최근에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동료들의 지원을 떠나 양현종의 구위도 지난해만 못하다는 분위기가 득세하고 있다. 그만큼 상대 타자들이 양현종의 투구패턴과 구위에 적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양현종은 그저 KBO에서 좀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투수다.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겼던 경험이 있지만 포스팅에서 냉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2년 뒤로 미뤄야했다. 최근에도 양현종의 구위를 살피기 위해 꾸준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양현종이 다시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의 부활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지만, 메이저리그의 눈높이는 더 냉정하다. 더 큰 무대를 꿈꾸고 있는 투수라면 정신력과 강인함에서도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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