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은 '추격자' '황해'를 뛰어넘는 나홍진 감독의 대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 20세기폭스
샤머니즘과 엑소시즘, 기괴한 작품 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기괴한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감독이 던진 미끼에 걸려든 관객들은 156분간 너무나 생생한 악몽 속으로 빠져든다.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숨통을 조이는 공포에 몸서리치게 된다. 그만큼 팽팽한 긴장감, 거듭되는 반전, 강도를 더해가는 공포가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 '추격자(2007)'와 '황해(2010)'를 통해 이미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나홍진 감독이 기괴함까지 더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스릴러라는 장르로 관객들을 현혹하는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곡성'만큼 관객들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한 작품은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
영화는 무언가 음산한 기운을 전해주는 성경 구절(누가복음 24장 37~39절)과 함께 시작된다.
"그들은 놀라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유령을 보고 있는 줄로 생각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당황하느냐?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너희가 보다시피 나는 살과 뼈가 있다."
현실과 초현실,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을 넘나드는 작품의 방향을 예고하는 듯하다. 특히 이 성경 구절은 충격적인 결말 속에 다시 한 번 등장해 섬뜩함을 극대화시킨다.
곡성의 한 마을,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은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를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이 사실임을 확신한다. 특히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종구는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결국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인다.
'곡성'은 외지인을 향한 의심에서 시작돼 충격적인 결말로 귀결된다. ⓒ 20세기 폭스
“절대 현혹되지 말라” 거듭되는 반전
'곡성'이 다른 작품과 차원을 달리하는 건 강렬한 메시지와 공포가 긴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며 느낀 공포가 작품을 곱씹을수록 더욱 짙어지는 것이다. 이는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관객들의 마음속 깊숙이 침투시키는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은 속도감으로 밀어붙였던 전작 '추격자'와 달리 초반 1시간 이상을 완급 조절에 할애한다. 반복적으로 '곡성'이란 마을의 음산한 분위기와 비슷한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그 사이 일광, 무명, 외지인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이들을 통해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함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거듭되는 반전도 압권이다. '곡성'의 스토리는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절대 현혹되지 말라"는 무당 종구의 호소는 예측 불가능한 이 작품의 매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끊임없이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데 애를 먹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 자막이 다 올라간 후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결말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탓에 개봉 후에는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 곳곳에 담긴 메시지도 흥미롭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그놈은 낚시를 하는 거여 뭣이 딸려 나올진 지도 몰랐겄제"라는 대사에선 피해자들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또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반인륜적인 모습과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과 이웃주민들의 무덤덤한 반응은 개인화된 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샤머니즘과 엑소시즘, 괴기스럽고 섬뜩한 후반부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다. 몇몇 장면들은 두고 두고 관객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강렬하고 기괴하다.
곽도원의 원맨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비중이 큰 작품이다. 관객들은 156분간 곽도원의 시선, 그의 동선을 통해 작품 전체를 바라본다. 그만큼 막중한 역할을 곽도원은 너무나 능숙하게 해낸다. 그동안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던 곽도원은 이 작품을 통해 원톱 주연으로 확실하게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짧은 분량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임팩트를 보여준 황정민과 천우희, 그리고 쿠니무라 준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는 시선을 뗄 수 없는 '곡성'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다.
12일 개봉하는 '곡성'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흥행 돌풍을 잠재울 대항마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추격자' '황해'와 달리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점도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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