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태양의 후예'로 연애 기술 배웠다"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4.18 09:08  수정 2016.04.20 19:00

'태양의 후예'로 한류스타 도약 폭발적 인기

"초심 잃지 안 되 그릇 큰 배우 되고 싶어"

배우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를 통해 차세대 한류스타로 도약했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매주 수, 목요일 여성 시청자의 심장을 '저격'한 이 남자. 뽀얀 얼굴, 중저음 목소리, 터미네이터급 생명력, 한 여자만을 향한 순애보. 지난주 종영한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현실엔 없는 판타지적인 남자였다.

드라마 방송 당일에는 "유시진 대위 보느라 '심쿵'했다", "내 심장 돌려줘",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등 송중기 상사병에 걸린 시청평이 이어졌다.

드라마는 38.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고, 유 대위 역의 송중기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며 최고의 한류스타로 도약했다.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태양의 후예'를 택한 송중기는 유 대위였고, 유 대위는 곧 송중기였다. '송중기로 시작해 송중기로 끝났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개연성, 군국주의 논란도 '송중기 패스권'을 지나 그러려니 이해했다. 지난 15일 드라마 종영 직후 만난 송중기(30)는 인기에 담담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들뜬 목소리는 없었고, 한류스타라는 수식어를 어색해하는 그에게서 유시진이 보였다.

배우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유시진 같은 남자 있을까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송중기는 '트리플'(2009), '성균관 스캔들'(2010), '뿌리 깊은 나무'(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 영화 '늑대소년'(2012) 등에서 미소년 같은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후 현역 입대한 그는 '태양의 후예'라는 인생작에서 상남자가 됐다.

일도 야무지게 했고, 연애할 때는 그 흔한 밀당(밀고 당기기) 따위 없었다. 보호해주고 싶은 남자에서 '보고받고 싶은 남자'로 변모했다. 위기 상황에서 슈퍼맨처럼 나타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살아났다. 연인에겐 달콤한 말, 애정 표현도 자주 한다. 갖고 싶은 '완벽한 남자'다.

여자들은 안다. 이런 남자가 현실에 없다는 걸. 그래서 더 유시진에게 끌렸다. 송중기가 해석한 유시진이 궁금해졌다. 송중기는 "유시진 같은 남자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작가님 말씀처럼 판타지"라며 "어딘가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유시진을 통해 연애,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내 여자가 좋아하는지 배웠답니다. 여성 시청자들이 왜 유시진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고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말들을 유시진이 해줬거든요. 결혼한 제 친구들이 유시진에게 막 뭐라 했어요. 흐흐. 영웅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고 유시진은 '그냥 멋진 놈' 같아요."

총을 맞고서도 계속 살아나는 유시진을 두고 '불사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송중기는 "불사조요? 맞아요. 많이 살아나긴 했죠"라고 웃었다. "제작발표회 때 말씀 드렸듯이 이 드라마의 장점은 멜로예요. 멜로를 강화시키기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에 그런 설정은 만족해요. 특히 죽은 줄 알았던 유시진이 살아 돌아온 15회를 보면서 정말 뭉클했답니다."

배우 송중기는 최근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 대위 역에 대해 '그냥 멋진 놈'이라고 정의했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유시진의 대사도 화제가 됐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이 시간 이후로 내 걱정만 합니다", "내내 후회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얼굴 안 보고 간 거", "되게 보고 싶던데 무슨 짓을 해도 보고 싶던데" 등이 그랬다.

오글거리는 대사도 송중기가 하니, 참 달콤했다. 송중기는 "김은숙 작가님의 대사는 취향 차이"라며 "너무 오글거려서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대사는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저만의 색깔로 대사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단점이 있으면 장점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오글거리게 들린다면 제가 그렇게 안 하면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아달라고 하자 모연(송혜교)에게 한 "졌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내가 너 좋아하니까"와 드라마 내내 화제가 된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를 읊었다.

멜로 연기 비결을 묻자 "시나리오에 중점을 두고 작가의 입장에서 장면과 대사를 생각한다"며 "느끼하지 않은 내 평소 모습이 멜로에 나온다"고 말했다.

'송중기만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글쎄요...잘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했다. "전 보수적이고 촌스러워요. 배우 생활에 제 성격이 맞을까라는 걱정도 했어요. 제 색깔대로 살아가려고 해요. 누가 보면 오지랖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한답니다."

KBS2 '태양의 후예'를 성공적으로 끝낸 송중기는 차기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를 택했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개연성 논란은 권한 밖

뜨거운 사랑, 높은 시청률을 얻은 '태양의 후예'에 항상 칭찬만 잇따른 건 아니다. 유시진이 죽다 살아나는 장면이 반복되는 장면은 유치했고 후반부 PPL(간접 광고)이 쏟아지면서 'PPL이 후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극우적인 요소도 강해 군국주의 논란도 일었다.

송중기는 "이런 얘기는 내 권한 밖이라 말하면 오해가 생길 것 같다"면서 "난 유시진이라는 역할을 잘해냈을 뿐이다. 드라마 외적인 부분은 제작진이 대답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얘기를 이어 나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제작사 대표님과 매니저가 '어렸을 때 봤는데 지금까지 회자되는 드라마가 있지 않으냐. 그런 작품을 우리도 만들어 보자'고 하셨답니다. 훌륭한 대본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여러 반응과 비판이 있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 만족스럽답니다. 조만간 김원석 작가님과 술 한 잔 하기로 했는데 만나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군국주의 논란에 대해선 "캐릭터의 직업이 '군이'이라서 그런 것 같다"면서 "그런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다. 유시진의 사명감, 국기에 대한 경례, 유시진이 누군가를 구하는 장면은 일종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약속 같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된 송중기는 지난 11일 서울 명동 한국관광공사 사옥에 문을 연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케이스타일 허브(K-Style Hub)' 개관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송중기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현장을 돌며 시설을 관람했다.

당시를 떠올인 송중기는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했다"며 "사실 예전에 한 번 뵌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우리 봤었잖아요', '군대는 잘 갔다 왔느냐', '드라마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앞으로도 겸손하라'고 해주시는 등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KBS2 '태양의 후예'를 성공적으로 끝낸 송중기는 "인기에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릇이 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한류스타 수식어 부담…사생활은 지켜줬으면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단숨에 한류스타가 됐다. 중국에선 '송중기 상사병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송중기는 "박장대소했다"며 "들뜨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고 넘긴다. 드라마를 사랑해서 생긴 에피소드인 듯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대세는 송중기다. 여기저기서 송중기라는 단어가 들린다. 인기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초심을 지키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 그릇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 상황이 변했는데 그릇이 그대로이면 많은 걸 담을 수 없어요. 32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하던 대로 살아가는 게 제일 중요해요."

한류스타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공감 안 한다"며 "진정한 한류스타는 송혜교 누나, 그리고 (절친) 이광수"라고 미소 지었다.

'그릇이 커졌다'는 말을 다시 짚자 그는 "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드라마 인기 덕에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제가 열심히 해야 매니저들도,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도 먹고 살아요. 절 응원해주는 해외 팬들도 생겼고요. 좋은 작품을 선보여서 그분들을 실망 시켜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차태현 선배를 보면서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한테 많이 배우고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톱스타가 된 그는 유명세도 톡톡히 치렀다. 가족부터 과거 여자친구 사진까지 인터넷에 퍼졌고, 대전 고향집에 팬들이 무단 침입하는 일도 있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송중기는 가족 얘기를 자제하려고 애썼다. "가족이 너무 언급되고 피해 입는 건 슬프고 괴로워요. 개인적인 일에 관련해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할 거예요."

총선 투표했냐는 질문에도 "개인적인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KBS2 '태양의 후예'를 마친 송중기는 "유시진을 통해 연애를 배웠다"고 밝혔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차기작은 '군함도'…또 군인 역할

엄청난 인기를 가져다준 '태양의 후예'는 송중기에게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구성원 모두가 작품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힘든 해외 촬영에도 '이 일이 내게 맞구나'라고 깨닫는 계기가 된 소중한 작품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대 후 첫 작품에서 대박을 터뜨린 송중기에게 군대는 참으로 고마운 곳이었다고. 입대 전 '늑대소년' 철수와 제대 후 '태양의 후예' 유시진 사이에는 군대가 있었다. 초식남에서 '진짜 남자'가 된 곳이 군대였단다.

"군 생활이 배우, 사람 송중기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입대 전 손현주 선배님이 '군대에서 일반 사병과 몸 부대끼며 살아봐라. 너한테 도움될 거고 배우로서도 얻은 게 많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배우로 살면서 못 느꼈던 것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이럴 땐 투덜거리지 않아야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그때 느꼈던 것들이 연기에 잘 반영됐고 캐릭터와 잘 어울렸어요. 저도 한층 더 여유로워졌고요. 군대 갔다오길 잘 했습니다(웃음)."

신인 시절 송중기의 꿈은 '다양한 작품 참여'였다. 주인공 자리를 빨리 꿰차기보다는 많은 작품을 하면서 차근차근 올라가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송중기는 목표를 이룬 셈이고 아직도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다. 그는 "연기 욕심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지금도 똑같아요. 여러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늑대소년'과 '성균관 스캔들'도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살아있다고 느꼈거든요. 주인공이든 아니든 캐릭터에 대한 피드백이 다양하게 나와 기뻤거든요. 앞으로도 분량 상관 없이 할 겁니다."

예능 출연에 대해선 "'런닝맨'은 신인 시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절 받아준 프로그램"이라며 "멤버들이 좋아서 출연 여부는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차기작은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려고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으로 분한다. 유시진과 같은 군인 역이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배우는 자신했다.

하고 싶은 장르로는 스릴러를 꼽았다. 에드워드 노튼을 좋아한다는 그는 "내 안의 서늘함을 표현하고 싶은 역할에 끌린다"고 했다.

고운 외모 덕에 달고 다니는 '꽃미남' 수식어는 절대 버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우에게 외모가 가져다주는 부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노화 현상을 막기 위해 피부 관리 열심히 하려고요. 하하. 배우는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있어서 연기만 잘한다고 다는 아닌 것 같아요. 외모 가꾸는 만큼 내면도 가꾸고 연기력도 키울 거예요. '꽃미남'은 버려야 할 때 버리겠습니다."

마직막으로 여성 팬들이 가장 중요한 질문, 이상형을 물었다. "이상형은 변함 없어요. 현명한 여자요. '현명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현명한 여자'의 기준이 뭔지 사뭇 궁금해지는 발언이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