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커머스, 기업회생 언제까지 [기자수첩-유통]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5.10.10 07:00  수정 2025.10.10 07:00

티메프부터 발란·정육각·초록마을·뉴넥스까지 줄줄이 백기

경영 실패에 경기 침체·소비 트렌드 변화 등 외부 변수 영향

"공정한 경쟁 환경·지속 가능한 생태계 마련 절실"

지난달 12일 홈플러스 노조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가 고용노동부 청주고용노동지청 앞에서 홈플러스 동청주점 폐점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티메프를 시작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티몬은 가까스로 새 주인을 맞는 데 성공했으나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고, 위메프는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 수순에 돌입했다.


또 명품 플랫폼 발란과 초신선 육류 브랜드 정육각·친환경 식품 브랜드 초록마을,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까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발란은 기업회생 절차 개시 넉 달 만인 지난 8월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서울 기반의 부티크 패밀리오피스 투자자 ‘아시아 어드바이저스 코리아(AAK)’를 정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지난달 회생 절차 인가 전 M&A 절차의 공식 매각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6개월 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뉴넥스 역시 “회사를 정리하거나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관리 아래 재무 구조를 바로잡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급성장해왔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늘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진출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종합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쿠팡이 3422만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마켓(G마켓·옥션) 934만명, 알리익스프레스 920만명, 테무 812만명, 네이버 431만명 등 순이다.


여기에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타격은 더욱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 찾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홈플러스가 꼽힌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부터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오는 11월10일로 연기했다. 이는 인가 전 M&A를 위한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당초 기한은 7월10일이었으나 9월10일로 미뤄졌고 11월10일로 또 다시 연장했다.


다만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지난달 19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과 만나 “현재 유력한 협상자와 협상하고 있다”며 올해 11월10일까지 매각 절차를 끝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것이 국내 유통 시장의 현실이다. 요즘, 사람들은 만나면 “다음은 어디일까?”라고 말하곤 한다. 기업들의 기업회생을 단순히 경영 실패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경기 침체나 소비 트렌드 변화 등 외부 변수도 분명 존재한다.


결국 기업회생은 기업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의 신호다. 공정한 경쟁 환경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마련이 없다면 제2의 OOO, 제3의 OOO, 제4의 OOO 등장은 시간문제다. 정부와 기업 모두 해법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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