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석현준이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석현준(FC포르투)-이정협(울산 현대) 투톱의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석현준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신기록을 세우며 지난해의 상승세를 올해도 이어갔다.
무엇보다도 이날 인상 깊었던 것은 석현준과 이정협의 동시 출격이었다. 시간을 지난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전으로 돌려보자.
한국이 약체 레바논을 상대로 홈에서 후반 중반까지 득점에 실패하자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과 석현준을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철저하게 원톱을 고수했지만 장신 공격수 2명을 동시에 투입하며 득점을 노렸다. 결국 이정협의 득점이 터지며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실험에 중점을 둔 태국전에서는 석현준-이정협 투톱이 경기 시작부터 동시에 가동했다. 4-4-1-1 포메이션을 꺼내든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에 석현준을 내세웠고, 그 바로 밑에 이정협이 아닌 기성용을 배치시켰다. 이정협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석현준과 함께 사실상 투톱의 역할을 수행했다.
피지컬이 약한 태국을 상대로 190cm의 석현준과 186cm의 이정협이 동시에 투입됐지만 두 선수의 역할 구분은 명확했다.
포르투갈 명문 FC포르투로 이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석현준은 전반 5분 만에 고명진의 스루패스를 받아 대포알 슈팅으로 골을 기록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후 석현준은 경기 내내 안정된 볼 키핑과 페널티박스 내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태국의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또한 후반 시작하마자마 스루패스를 받은 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 후 강력한 왼발 슈팅을 쏘아 올리며 골잡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이정협은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 문전을 흔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을 오른쪽 미드필더에 배치한 것은 장신임에도 활동량이 많은 그의 특성을 감안했기에 가능해보였다.
실제 이정협은 이날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전반 31분에는 남태희의 정확한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2분 뒤 또 다시 페널티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파울과 다름없는 태국 수비의 저항에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른 선제골에도 이후 추가골이 터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반에는 태국에 위협을 가했던 석현준과 이정협이었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그 위력이 반감됐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5분 이정협 대신 이청용을 교체 투입하며 투톱 체제가 더는 가동되지는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매 경기가 중요한 최종예선에서도 투톱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기 시작부터 석현준과 이정협을 동시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부담이 없었던 약체 태국과의 평가전이기에 가능했다. 최종예선에서 상대하게 될 팀들 역시 대부분 태국보다는 강팀들이다.
하지만 레바논전에서 경기 막판 두 선수를 동시에 투입해 재미를 봤던 것처럼 골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서 투톱 카드는 대표팀의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태국전에서도 전반 45분 남태희의 크로스를 받은 이정협이 가슴으로 내준 볼을 석현준이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둘은 좋은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3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석현준과 이정협 투톱카드는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향후 최종예선에서 두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