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파 대부분이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불안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논란을 감수하고 이번 A매치에서 유럽파 주축들을 다시 대거 발탁했다. 유럽파들 대부분이 이미 대표팀에서 검증이 끝난 선수들인 데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적은 3월 A매치에서는 이들을 뽑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가능한 배려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가장 원칙이 깨진 선수 선발(소속팀에서의 경기력)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유럽파는 2000년대 이후 한국축구의 중심축이 됐다. 축구의 본고장에서 활약하며 재능과 경험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유럽파라도 주전 경쟁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잦아지며 ‘과연 유럽파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무조건적인 기회를 얻는 것이 합리적인가’하는 문제는 대표팀의 새로운 딜레마가 됐다.
원칙의 모순이 곪아터진 것이 2014 브라질월드컵이었다. 대표팀은 지역예선 과정에서부터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유럽파와 국내파 차별 및 파벌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처한 상황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대표팀은 현재 월드컵 예선을 치르며 팀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3월은 K리그가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파들의 경기감각이 완전하지 않다.
대표팀의 안정감과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부터 꾸준히 경기감각을 유지해온 유럽파들을 중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또한 이는 6월 이후 스페인-체코 등 유럽강호들의 A매치와 하반기 최종예선까지 감안한 선택이기도 하다.
다만 "호의나 배려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인정했듯,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선수가 대표팀에 당연히 발탁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팀 전력이나 선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당히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비슷한 장면이 계속 반복되면 그것은 특혜가 된다.
유럽파라고 해서 대표팀에서는 당연히 내가 주전이라는 그릇된 특권의식을 가지게 될 경우, 대표팀의 기강과 자부심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럽파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더 분발해야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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