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성매매 사건 후 약식기소 억울 재판 신청
실명 공개 초강수 속 1, 2심 벌금형, 대법원 반전
대법원은 성매매 혐의 관련 성현아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햇다. ⓒ 연합뉴스
결국은 관점의 차이였다. 이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저 친구가 나쁜 놈인 것 같고 다시 저 친구 얘길 들으면 이 친구가 나쁜 놈인 것 같을 때가 있다. 서로의 관점에서 각자 자기의 얘기를 하는 두 친구 사이에서 중간에 위치한 사람은 정말 모호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양측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얘기를 하고 있을 지라도 각자의 관점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터라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이를 바탕으로 누가 옳고 그른 지를 판단해주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그런 중간에 끼이는 것 자체를 회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법적인 분쟁에선 다르다. 법원은 그 중간에서 정확한 법적 판단을 내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법원은 관점의 차이보다는 법적인 해석으로 판단을 하려 한다.
성현아 사건이 이런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성현아. 검찰의 약식기소로 시작해 1,2심에 이르는 과정에서 성현아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 받지 못한 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성현아의 관점보다는 성매수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A 씨의 관점이 우세했다. 검찰과 1,2심 법원은 모두 A 씨의 관점에서 당시의 상황을 인지했고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이 나왔다.
A 씨는 성매매 혐의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에서의 공판 과정에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다시 말해 A 씨는 돈을 주고 성현아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법원은 자신이 성매매를 했다고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한 점을 주목했다. 혐의를 인정할 경우 A 씨는 성매매로 인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실제로 당시의 관계가 성매매가 아니라면 A 씨가 성현아를 모함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진술을 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1,2심 법원은 A 씨가 자신 역시 성매매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며 성현아를 모함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A 씨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하고 성현아는 부인하는 상황이 성현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A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볼 때 성현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처음으로 성현아의 관점을 주목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현아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 무죄 취지 파기 환송이다.
대법원은 “성현아가 진지한 교제를 염두에 두고 A 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과정부터 1,2심 공판 내내 성현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결혼 전제 교제설’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 근거로 대법원은 당시 성현아가 전 남편과 별거에 돌입하고 재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혼을 위해 적절한 남성을 만나기 위해 애를 쓰던 도중에 A 씨를 만났다는 것.
실제로 성현아의 지인은 당시 성현아가 A 씨를 결혼상대로 어떨지 고민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성현아가 A 씨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2개월 뒤 다른 남성을 만나 재혼한 점도 주목했다. 실제로 당시 성현아가 재혼할 남성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 두 달 뒤 이뤄진 재혼으로 입증됐다고 본 것. 결국 성현아가 A 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났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또 다른 남성을 만나 결국 재혼에 이르게 됐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시 성현아가 실제로 어떤 마음으로 A 씨를 만났으며 성관계를 갖고 5000만 원을 받았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대법원은 진지한 교제를 염두에 두고 A 씨를 만났다는 성현아의 주장에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성현아는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으며 최대 위기에 내몰렸지만 끝내 자신의 무혐의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사실 성현아는 검찰 약식기소를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됐다면 유죄를 받아들이는 게 된다. 벌금을 내고 성범죄 전과자가 됐겠지만 실명이 언론에 공개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성현아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로써 무죄 입증의 기회는 잡았지만 실명이 공개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감내해야 했다.
성현아가 정식 재판을 청구한 까닭은 당연히 하나다. 자신이 당시의 일을 성매매라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그러기에 연예인이라면 가장 피하려 할 실명 공개라는 극한 상황까지 감내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던 것이다.
1,2심에서 연이어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연예관계자들은 차라리 약식 기소를 받아들이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벌금 200만 원을 내는 상황은 동일하나 정식 재판 청구로 실명만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까지 간 성현아는 결국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이라는 결정을 이끌어 냈다. 결과적으로 성현아는 당시의 만남을 결혼 전제의 진지한 만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자신의 주장을 재판을 통해 인정받으려 한 것이고 결국 대법원에서 인정받았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모두 인정한 사안은 지난 2010년 2월에서 3월 사이 성현아와 A 씨가 3차례의 성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또 이 과정에서 성현아는 A 씨에게 총 5000만 원을 받았다. A 씨는 당시 성현아와의 만남을 성매매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를 통해 성현아를 소개 받고 성관계를 갖고 돈을 건넸기 때문이다. 이것은 A 씨의 관점이며 A 씨는 결국 이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았다. 반면 성현아는 당시 A 씨와의 만남을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만남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을 놓고 생각할 때 당시 두 사람은 2개월 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건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성현아를 성매매 대상으로 바라본 데 반해 성현아는 A 씨를 재혼 상대로 생각했던 것. 이런 관점의 차이가 결국 성매매 혐의에 대한 유죄와 무죄로 엇갈렸다.
성현아는 검찰 수사 과정부터 1,2심 재판을 거쳐 대법원까지 오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잃었다. 연예계 활동 중단, 경제적인 어려움, 그리고 대중의 차가운 시선까지 감내해야 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지만 2010년 당시 자신은 재혼까지 생각하고 만났던 남성과의 만남에 대한 엄청난 배신감까지 감당해야 한다. 자신은 재혼까지 생각하고 진지하게 만났던 남성이었는데 그는 자신을 성매매 여성으로 취급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성현아라는 연예인, 아니 한 여성이 과거 어떤 남성을 만나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까지 대중이 알 필요가 있을까. 또 성현아 본인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난 남성인데 그 남성은 그 만남을 성매매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대중이 알아야 할까.
그 시작은 검찰 수사였다. 수사 단계서부터 연예인 성매매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수십 명의 유명 여자 연예인을 성매매 관련 루머에 휘말리게 만든 검찰은 결국 유명 연예인 가운데 성현아 한 명을 약식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화려하게 시작해 초라하게 끝난 수사였다. 그나마도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하고 말았다. 만약 성현아가 무죄 입증을 포기하고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였다면 자신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지금쯤 성범죄 전과자가 돼 있었을 것이다.
어렵게 자신의 관점에서의 주장을 끝까지 주장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낸 성현아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검찰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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