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게이라, 이시다, 곤도, 히조의 패배
실전 종합격투무대의 대명사 프라이드. 그 명성만큼이나 이곳에는 하드웨어, 운동능력, 투지 등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범한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가진 이들이 득실거린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 일정만큼이나 변수는 항상 존재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경기 결과가 팬들을 더욱 열광시킨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뒤집어버린 경기, 접전이 기대됐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린 경기 등…
많은 팬들의 예상을 깨뜨린 2006년 프라이드 10대 이변(경기)을 뽑아봤다.
■ 로만 젠소프 VS 페드로 히조 (프라이드 31)
UFC 최고의 타격가 가운데 하나로 군림했던 ´옥타곤의 스트라이커´ 페드로 히조(33,브라질)가 경기시작 25초 만에 무너졌다.
질풍 같은 펀치연타와 쇠망치 같은 로우킥을 무기로 버논 화이트, 데이비드 에봇, 코사카 쯔요시, 죠쉬 바넷, 안드레이 알롭스키 등 쟁쟁한 강호들을 모두 넉다운 시켰던 히조는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인기 파이터였다.
비록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러시아군 최강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 제대로 힘도 못써보고 TKO패를 당했지만, 링이라는 다소 생소한 무대에 적응만 한다면 얼마든지 특유의 포스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황제의 호위무사´로 세인들에 알려지기 시작한 로만 젠소프(34,러시아)는 레드데빌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연승과 연패를 반복했었고 승률도 채 60%를 넘지 못한 파이터였다. 또한, 복싱을 하긴 했지만 삼보라는 또 다른 베이스를 가지고 있어 순수한 타격능력만 놓고 보면 히조에 밀리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땡!’ 공이 울리고 먼저 공격을 시도한 것은 페드로 히조. 히조는 젠소프의 왼다리 허벅지를 노리고 자신의 전매특허 로우 킥을 휘둘렀다. 그러나 젠소프는 이 순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로우 킥을 허용한 다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레프트 카운터 훅을 뻗었고 페드로 히조는 그대로 실신 KO를 당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전율의 한방이었다.
■ 필 바로니 VS 곤도 유키(무사도 10)
´부동심(不動心)´ 곤도 유키(32,일본)의 자존심은 ´해머하우스의 터프가이´ 필 바로니(31,미국) 한방에 짓밟혔다.
남제 2005에서 나카무라 카즈히로에 패한 곤도 유키. 무사도9에서 미노와 이쿠히사에 리벤지를 허용해 체면을 구긴 필 바로니. 두 선수 모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입장에서 한판승부를 벌였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매치였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70전에 육박하는 풍부한 경기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 곤도 유키의 근소한 우세를 예상했다. 최소 2라운드까지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과 달리 경기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두 선수는 거친 난타전을 벌이며 대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파워 면에서 앞선 쪽은 단연 근육질의 필 바로니. 힘에서 밀린 곤도가 주춤하며 물러선 사이 바로니는 강력한 라이트 훅을 안면에 꽂아 넣었다. 큰 타겨을 받은 곤도는 버티지 못하고 캔버스에 무너져 내렸다. 경기시간은 25초에서 멈춰버렸다.
■ 고미 다카노리 VS 이시다 미츠히로(남제 2006)
현 라이트급 최강자 ´불꽃구슬소년´ 고미 다카노리(29,일본)가 ´압박의 천재´ 이시다 미츠히로(29 일본)를 상대로 폭발적인 펀치연타를 가하며 1분 14초 만에 손쉽게 TKO승을 거뒀다.
´유술신동´ 아오키 신야와 더불어 라이트급 최강의 그래플러로 꼽히는 이시다는 강펀치의 소유자인 고미를 괴롭힐 가장 큰 난적으로 꼽히고 있었다. 고미가 마커스 아우렐리오 전에서 그라운드 파이팅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반면, 이시다는 가공할 태클능력을 과시하는 파이터로 스타일면에서 두 선수의 대결은 상극중의 상극으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 챔피언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미가 승리를 거둔다 해도 미들급의 실바와 아로나전처럼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고미의 ´불꽃구슬´은 거칠게 타오르며 삽시간에 경기장을 불태웠다. 잠시의 탐색전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하이킥 등을 시도하며 이시다가 특유의 공격적인 파이팅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고 침착하게 눈빛을 번뜩이던 고미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작렬했다. 안면을 강타 당한 이시다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나가떨어졌고 기회를 포착한 고미는 무차별 파운딩을 가했다. 결국, 고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 조쉬 바넷 VS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라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라운드 4강전에서 ´푸른 눈의 낭인´ 조쉬 바넷(30, 미국)이 근래 보기 드문 수준 높은 그라운드 공방전 끝에 ´노안의 독거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1,브라질)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기 초반 노게이라는 복서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정확하고 빠른 펀치를 연달아 적중시켰다. 이에 바넷은 체중이 실린 묵직한 펀치로 맞불을 놓았다. ‘퍽!’ 자신의 펀치에 노게이라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자 바넷은 질풍같이 쇄도해 초크로 연결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지만 노게이라는 역시 ´그라운드의 마법사´답게 초크를 뿌리치고 외려 자세를 그라운드로 전환한 뒤 탑포지션에서 파운딩 펀치로 다시 바넷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어 바넷의 오른팔을 잡고 전매특허인 암바를 시도하는 등 단숨에 상황은 역전됐다.
하지만 저력의 바넷도 만만치 않았다. 왼팔로 노게이라의 오른팔을 잡고 버티면서 암바를 막아냈고, 자세를 역전시킨 가운데 1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수준 높은 최정상급 그래플러들의 대결로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경기장 분위기는 고조됐다.
공방전은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노게이라가 가드 포지션에서 계속 공격을 시도하고 바넷은 위에서 안면을 숙인 채 틈틈이 위력적인 파운딩 펀치를 가했다. 2라운드 종료를 1분여 남기고 두 선수의 공방전은 더욱 거세졌다.
바넷은 막판 노게이라의 다리를 잡고 니바를 시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잡았지만 2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는 탓에 아쉽게 공격을 멈춰야했다. 노게이라로서는 자칫 서브미션으로 패하는 최악의 굴욕을 당할 뻔 했던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판정 결과 노게이라와 바넷의 이름이 한 번씩 불렸다. 결국, 심판은 노게이라의 그라운드 공격에 밀리지 않고 포지션을 역전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했던 바넷의 손을 들어줬다.
바넷은 이날 승리로 노게이라를 밟고 올라선 두 번째(첫 번째 효도르) 파이터가 됐다. 이후 바넷의 인기와 지명도는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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